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21일 "대주주의 지배권남용을 어렵게 만들겠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실패했는데, 빠른 시간 내 다시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본 시장이 정상화하는 게 이익이지 않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법 개정안 부결은) 이기적인 소수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엔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이 참석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규정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서 재표결 절차를 거쳤지만 부결됐다.
이 후보는 주식 시장을 정상화해 국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듣기 싫은 말인데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도 있다. 집안에서 혜택 보고, 부당한 이익을 얻으며 어떻게 글로벌 시장과 경쟁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피가 5000, 4000을 넘기면 대한민국 국부가 늘어나지 않나. 주식 보유자들의 재산도 늘어난다. 규칙이 지켜지는 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이다"라고 밝혔다.
간담회에 앞서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과 시장 질서가 확립되면, 우리 주식시장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내 상장사가 배당에 소극적인 점도 지적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배당 소득세 분리 과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배당의사결정을 많이 하고 싶어도 종합과세를 통해 49.5%의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라며 "배당소득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오너이면서 경영자인 경우가 90%"라며 "배당소득세가 현실화하면 대주주인 경영자가 배당 의사결정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과거에 배당소득세를 조정했을 때 배당이 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 회장은 "당시와 지금은 주식투자 인구 등에서 굉장한 차이가 있다. 분리 과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상장사 수가 너무 많은 점도 비판했다.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는 전 세계 15위권이지만, 상장사 수는 5위 수준이다. 이 후보는 "가치가 없는 종목이 너무 많다. 솎아내야 한다. 이론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것은 청산하는 게 이득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 PBR은 0.8바를 밑돌고 있는데, 2배 끌어올리면 코스피 5000 도달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주환원율은 중국보다 낮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 대주주의 사익 추구 방지, 투자자 보호, 회계 투명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 일본도 10년 간 꾸준히 노력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된 부분도 꾸준히 추진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외이사 규제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이 회사는 동일 업종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 이 규제를 완화해 산업 전문가들이 기업 경영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최대 6년인 임기 제한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최근 TSMC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우리나라 30대 기업의 사외이사는 교수, 관료가 대부분이다. 전문성도 결여됐으며 거수기로 전락했다. 사외이사 선임 조건이 완화하면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으며 우수한 CEO를 영입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