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엎은 무죄 선고에 與 ‘당혹’
‘사법 리스크’ 부담 덜어낸 이재명
與 잠룡들, 李 향해 일제히 ‘쓴소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아직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조기 대선을 전제로 활동에 나선 여권 잠룡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이 아닌 확신을 갖게 한 판결”이라고 쓴소리 했다. 전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6-2부를 향한 비판이다.
권 원내대표는 “누구든지 판결문을 읽으면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사람 싫어, 그래 파면! 이 사람 좋아, 그러니까 무죄!’라는 식의 판결을 내리면 국민이 어떻게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재차 날을 세웠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이번 항소심 재판의 모든 쟁점들은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던 중대 사안들”이라며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판단부터가 완전히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권 위원장은 이어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누가 무슨 거짓말을 하든 단지 과장된 의견이었다고만 변명하면 처벌받지 않게 되고, 결국 해당 규정은 위헌 심판 없이도 사실상 사문화될 것”이라며 “법정의 오류는 법정에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이 대표의 유죄 판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당 내부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거야(巨野) 대표이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해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고, 이 대표가 무죄 판결이 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총 8개 사건으로 고소돼 5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 국민의힘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는 게 여당의 시각이다.
당내에서는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이에 대비할 수 있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기 대선을 전제로 행보에 속도를 내온 여권 잠룡들의 속내는 한층 복잡해졌다. 형사재판의 경우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뒤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힐 확률이 1.7% 수준이다. 잠룡들 역시 이 대표가 이같은 ‘바늘구멍’을 뚫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던 분위기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부각하며 체급을 키우려던 여권 잠룡들은 먼저 항소심 판결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든 것”이라며 재판부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