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해 비전과 슬로건을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거듭날 것”이라며 “글로벌 전장(戰場)에서 생존하기 위해, 이제 ‘모방’에서 ‘주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주도’라는 단어를 7차례 쓰며 가장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이 새 희망의 미래를 여는 레벨업(Level-up)의 전기로 만들겠다”며 “70년의 위대한 성취를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바로 K-이니셔티브”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뒤,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변화를 예고하며, 초 과학기술의 신문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더 이상 모방할 대상이 없고, 우리가 따라 할 정답도 없다”고 했다. 이어 “눈 깜빡하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인공지능(AI)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양적 성장’에만 매달리던 ‘기능 중심 사회’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스스로의 눈으로 세계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야 하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판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방한 기술’로 이룩한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을 ‘주도적인 기술’로 전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용주의 슬로건에 대해 다시 강조했다. 그는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향해 팔을 뻗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실용주의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 안의 이념과 진영 대결은 우리가 맞닥뜨릴 거대한 생존 문제 앞에서는 모두 사소한 일일 뿐”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국민 여러분께 낭만이나 희망 고문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다”면서 “냉혹한 글로벌 전장(戰場)에서 생존하기 위해, 이제 ‘모방’에서 ‘주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절박한 호소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동행한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은 약육강식의 세계질서와 격랑의 인공지능 첨단과학 시대조차 극복하며 ‘세계의 표준’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슬로건 중 하나인 ‘잘사니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먹사니즘의 토대 위에 한계를 뛰어넘어 신세계를 설계하는 ‘잘사니즘’, 변화 적응을 넘어 그 변화를 주도하는 영향력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라고 했다. 또 “K-민주주의와 K-컬쳐 콘텐츠, K-과학기술과 K-브랜드까지 세계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K-이니셔티브’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