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200조원을 돌파했다. 첫 ETF 출시 후 23년 만이다. 상장된 ETF는 984개로 1000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1조284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3년 6월 100조를 돌파했고, 2년 만에 몸집이 2배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순자산총액은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12월 173조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월 182조8211억원으로 늘어나며 180조원을 넘어섰다. 2월 186조7718억원→3월 185조9263억원→4월 191조3558억원→5월 199조8788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상장 종목 수도 연내 10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2002년 'KODEX 200' 등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품이 4개가 처음 출시됐다. 2004년까지도 상장 ETF는 4개에 불과했다. 이후 2012년 135개로 급증했고, 2021년에는 533개로 500개를 돌파했다. 현재 상장된 ETF는 984개다.
ETF는 다른 펀드와 비교해 접근성이 좋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통적인 펀드에 비해 운용보수가 낮아 수익률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편입 종목과 비중도 매일 공개돼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쉽다. 이런 특징 덕분에 ETF는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ETF 시장에서 10조4785억원을 순매수했다.
초기 ETF는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많았다. 이후 채권·환율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한 ETF가 출시됐다. 파생형·테마형·액티브·커버드콜 ETF 등 여러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ETF도 줄줄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주가가 내려갈 때, 손실을 줄여주는 '버퍼형' 상품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며 자산운용사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ETF 운용사는 27곳으로 2002년(2곳) 대비 25곳 늘었다. 현재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자산운용이다. 전날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내 순자산가치 점유율은 38.72%(77조9365억원)다.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점유율은 33.51%(67조4426억원) 수준이다. 이어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 8.03%(16조1544억원), 4위 KB자산운용 7.82%(15조7304억원), 5위 신한자산운용 3.63%(7조3064억원)가 뒤를 이었다.
ETF 시장 규모는 크게 불었지만,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 살 깎아 먹기식' 수수료 인하 경쟁이 대표적이다. 상품 구성과 비중에 큰 차별성이 없는 ETF가 다수 상장해 비용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엔 자산운용사의 순자산가치(NAV) 산정 오류로 투자자가 ETF를 제값보다 비싸게 주고 사는 사고도 벌어졌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