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이 게임업계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해 한국에서 인정받은 지식재산권(IP) 게임을 현지화시켜 출시하거나 글로벌 출시 쇼케이스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열며 게임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통신 설비와 높은 모바일 보급률 갖춰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모바일 보급률이 높아지고, 통신 설비가 갖춰지면서 게임 인프라가 형성된 동시에 P2E(돈 버는 게임)게임 붐이 일어 온라인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게임계의 큰손'이 될 수 있다는 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동남아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148억3000만달러로 약 21조7363억원에 달한다. 2030년까지 149억7000만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통신 설비, 모바일 등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이 갖춰진 덕이다.
동남아시아는 현재 4세대 통신(4G)을 국가 전역에 깔려있고 일부 주요 도시에는 5G까지 갖춰졌다. 태국 국가방송통신위원회(NBTC)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태국 모바일 가입자 수는 약 1억2900만명으로 보급률은 188%에 달해 '모바일 퍼스트' 국가로 꼽힌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태국이 떠오르는 시장 중 하나"라며 "PC게임은 컴퓨터 사양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으나 모바일은 프래그십 모델이 아니더라도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P2E게임은 3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스카이마비스가 개발한 1세대 P2E 게임 '엑시 인피니티'가 동남아 전역에서 주목받으면서 P2E 게임 붐이 일었다. P2E는 게임 속에서 획득한 재화를 가상화폐로 바꿔 현실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걸 뜻한다.
업계는 P2E 붐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권에서 게임 결제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각 국가의 핵심 경제활동 인구가 2030세대라 게임 주 소비층과도 맞닥뜨려져 매출 시너지가 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3년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기준으로 인도네시아가 3위를 기록했다. 그 이어 필리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상위 20위권에 진입했다. 유료 결제 규모 또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엔씨소프트, 베트남 합작 법인 세우고 현지화 게임 출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베트남 종합 정보기술(IT) 기업 VNG 게임 자회사 VNG게임즈와 합작법인 NCV 게임즈를 세웠다. 합작 법인을 통해 오는 5월 20일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를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29일에는 태국 방콕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6개국의 모든 이용자가 하나의 서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 현지화에 집중해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간체) 등 총 5개국어를 지원한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비중을 높이는 등 이용자 부담을 낮췄다. 동남아시아 게임 이용자는 모바일과 엔씨소프트의 게임 플랫폼 '퍼플'로 리니지2M을 실행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지 출시를 앞두고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등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업하며 현지화 작업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존 서비스 국가에서 확인한 유저 피드백 등을 반영해 동남아 현지 이용자들에 최적화된 서비스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글로벌 출시 쇼케이스 태국에서 열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일 태국에서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글로벌 출시 쇼케이스를 열었다. 4월 29일 출시를 앞두고 태국 시장을 먼저 겨냥할 것이다. 쇼케이스에서 사전 등록과 캐릭터명 선점 이벤트 정보를 제공하고 현장에 참석한 50여 명의 현지 매체 관계자와 태국 인플루언서들 대상으로 오딘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태국을 주요 시장으로 봐 글로벌 출시 쇼케이스 장소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딘은 국내와 아시아 전역에서 1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바 있다. 이시우 카카오게임즈 CBO는 "한국, 대만,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딘의 완성도 높은 게임성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 업계가 동남아시아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K팝 열풍으로 K문화에 대한 수요가 동남아에 생겼을뿐더러 모바일 등 게임 환경이 갖춰져 있어 본격적으로 인기도가 높아지고 사용자층도 넓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