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덮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이 근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도쿄와 서울의 여름 기후가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변하면서 생산성 저하와 열사병 피해가 급증하자, 기업들은 근무 일정 자체를 조정하는 등 새로운 대응에 나서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도쿄의 7~8월 최고기온과 습도는 태국 방콕과 싱가포르에 근접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더위로 인해 일본에서 지난해 감소한 노동시간은 1인당 43시간, 전체적으로는 약 28억9000만 시간에 달해 2010년대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건설업계는 근무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고노이케구미는 오사카부 사카이시 병원 건설 현장에서 7~9월 매달 9일간 연속 휴무를 실시하고, 10월 이후 토요일 근무로 이를 보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총 노동시간은 유지하면서도 가장 무더운 시기의 작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회사 측은 냉각팬 작업복 등 기존 폭염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지난해 자사 현장의 열사병 발생 건수가 전년보다 두 배로 늘면서 노동시간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폭염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커지고 있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농업과 건설업 종사자가 많은 중국의 노동손실 시간은 1인당 96시간으로 일본의 두 배 수준이며, 전 세계 폭염에 따른 잠재적 경제 손실은 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각국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카타르는 2021년 여름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야외작업을 금지했다. 기온과 습도 등을 반영한 폭염지수(WBGT)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시간대와 관계없이 작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스페인도 2023년 고온 시 야외작업 규제를 도입했고, 한국은 지난해부터 체감온도에 따라 휴식을 의무화했다.
일본 정부 역시 지난해 산업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 사업주에게 열사병 대응체계 마련을 의무화했지만, 직장 내 열사병 사상자는 1800명을 넘어 2년 연속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건설업뿐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냉방장비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근무시간을 새벽이나 야간으로 옮기고, 계절별로 노동시간을 조정하거나 원격근무를 확대하는 등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폭염 적응형 노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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