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온건파 외교 “호르무즈 개방”에… 강경 군부 “얼간이” 제동

3 hours ago 2

[트럼프 “협상단, 파키스탄 가는중”]
혁명수비대, 하루만에 결정 뒤집어… 이란 지도부 분열, 선박 공격하기도
모즈타바도 “적들 패배 맛볼것” 강경… 일각 “핵물질 반출 이견 좁히자 반발”
트럼프 “종전협상 어떻게든 성사될것”

18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공격을 받은 인도 선박 산마르 헤럴드호의 교신 내용으로 추정되는 음성이 확산되고 있다. 선원은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해군 부대 ‘세파 네이비’의 이름을 거듭 외치며 “통과 허가를 받았는데 공격받고 있다. 회항하게 해달라”고 했다. 사진 출처 X

18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공격을 받은 인도 선박 산마르 헤럴드호의 교신 내용으로 추정되는 음성이 확산되고 있다. 선원은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해군 부대 ‘세파 네이비’의 이름을 거듭 외치며 “통과 허가를 받았는데 공격받고 있다. 회항하게 해달라”고 했다. 사진 출처 X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폐쇄됐다. 통과할 수 없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발표한 18일(현지 시간) 이곳을 지나려던 선박들은 이란 해군으로부터 이 같은 무전을 받았다. 특히 이란은 엄포로 그치지 않고,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인도 국적 대형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겨냥해 발포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일시 개방’을 선언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재봉쇄’로 급선회한 건 미국의 해상 봉쇄로 경제적 피해 등이 커진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이란이 보유한 파급력 있는 협상 카드인 만큼 이를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면 해협 봉쇄를 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란 내 강경파인 혁명수비대 등 군부가 온건파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에 불만을 품고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 “이란 해군, 적들에 쓰라린 패배 맛보게 할 준비”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거라며 미국의 역봉쇄에 대한 맞불 조치로 재봉쇄에 나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은둔 중인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성명에서 “용맹한 (이란) 해군은 적들에게 새로운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강경 대응 기조를 확인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재봉쇄에 나서면서 미국의 해상 봉쇄를 거론한 건 그만큼 그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전쟁 발발 뒤 호르무즈를 통해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국제유가 급등 부담까지 감수하며 역봉쇄에 나서자 그 ‘돈줄’은 상당 부분 끊겼다. 뉴욕타임스(NYT)는 “해상 무역은 이란 경제의 약 90%를 차지하고, 규모로는 하루 약 3억4000만 달러(약 4981억 원)에 달하는데 최근 이 흐름이 거의 끊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란이 다가올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고농축 우라늄 등 핵 문제와 더불어 핵심 사안인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통행료 부과 △선박 사전 승인 △자국 항로 이용 등의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재봉쇄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해협 통제를 지렛대로 핵 문제 관련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포석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보유량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이견을 좁히는 진전을 보인 직후 재점화됐다”고 협상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 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강경파 입김 반영된 듯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조치가 지도부의 ‘내부 분열’로 인한 결정일 가능성도 있다. 앞서 17일 아라그치 장관의 해협 일시 개방 발표가 나오자, 같은 날 이란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이란 타스님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의 개방 발표에 대해 “외교부는 이런 방식의 소통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라그치 장관의 해협 개방 발표 직후 혁명수비대가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의 선박들에 “우리는 얼간이(idiot·아라그치 장관 의미)의 트윗이 아니라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명령에 따라 (해협을) 열겠다”는 무전을 보냈다고 18일 전했다.

실제로 하루 뒤 이란군이 해협 재봉쇄에 이어 발포까지 한 것은 이란 지도부에서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거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이란 정부의 1차 종전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19일 국영TV 연설을 통해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지만 아직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고 밝혀 합의에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 트럼프, “종전 협상 어떻게든 성사될 것”

트럼프 “더이상 ‘나이스 가이’ 안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더 이상 착한 사람(NICE GUY) 역할은 안 할 것”이라며 “(미국의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트럼프 “더이상 ‘나이스 가이’ 안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더 이상 착한 사람(NICE GUY) 역할은 안 할 것”이라며 “(미국의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가 휴전 협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협이 막히면서 하루 5억 달러의 손실을 보는 쪽은 그들(이란)”이라며 “많은 선박들이 미국 텍사스, 루이지애나, 알래스카로 향하며 원유를 싣고 있다. 이는 언제나 ‘강한 사람(tough guy)’인 척하고 싶어 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덕분”이라고 비꼬았다. 또 “우리는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상을 제안하고 있으며, 그들이 이를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다만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미국 협상단이 가고 있다고 알리며 2차 종전 협상 개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A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선 “좋게 가든 어렵게 가든 (종전 협상 타결은) 어떻게든 성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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