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결정 미루는 트럼프…"장고 뒤엔 이라크戰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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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이란 공격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오후에도 “무엇을 할지에 관한 생각이 있다”면서도 “마감 시한이 되기 1초 전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며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공습·협상 카드 동시에 제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예정보다 일찍 마치고 귀국하면서 “앞으로 이틀 안에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계획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뒤에도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공격과 협상 모두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정권이 무너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며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 행정부에선 공습 준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늦게 고위 참모진에게 미군의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지 지켜보기 위해 최종 명령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주말께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외교 문을 닫은 게 아니라며 “이란이 미국을 방문하기를 원한다”고도 언급했다.

◇제2의 아프간전·이라크전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는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했을 때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가장 원하는 그림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공격 위협을 통해 이란으로부터 핵 프로그램 폐기 선언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 경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도한 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성과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전날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이란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공격을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내 강경론자는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의 힘이 약해진 지금을 핵 위협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교부 차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참전하면) 목표물을 찾는 어디든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 내 미군기지 등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미군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미국은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경우 미국이 과거 아프가니스탄전이나 이라크전 때처럼 중동 전쟁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03년부터 9년간 이어진 이라크 전쟁은 미국 외교의 중대한 실수로 각인돼 있다. 미국인 4000여 명과 이라크인 10만여 명이 사망했지만 전쟁 원인으로 지목된 대량 살상무기는 찾지 못했다.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했지만 그 대신 이슬람국가(IS) 세력이 득세하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 등으로 중동 정세는 한층 불안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 유령이 깊게 분열된 워싱턴DC 위에 드리워 있다”며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쉬운 전쟁’으로 여겼으나 계산 착오였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였지만 20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결국 2021년 아프간에서 철군했다.

미국이 또다시 중동 전쟁 늪에 빠지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외교와 180도 다른 상황일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에도 큰 부담이다. 미국인의 반대도 거세다. 영국 가디언이 최근 18세 이상 미국 시민 1512명에게 ‘이번 전쟁에 미국이 개입해야 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 60%가 반대하고 16%만 찬성했다. 작년 대선 때 공화당을 찍은 트럼프 지지자 중에서도 반대가 53%로 찬성(19%)을 압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항복 선언’이 없는 상황에서 실제 공격을 가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전쟁을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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