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수혜를 누리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글로벌 AI 산업 주도권은 제한적이란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와 인프라에선 존재감이 크지만, 실제 수익률과 시장 지배력이 집중되는 기반모델과 응용 플랫폼에선 경쟁력이 약해서다.
"AI 예산 10조 늘렸지만 SW는 찬밥"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21일 발간한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에 따르면 AI 산업은 반도체·하드웨어, 클라우드·인프라, 기반모델, 응용 소프트웨어·플랫폼의 4계층으로 나뉜다. 연구원은 이 가운데 높은 수익과 지배력이 몰리는 구간은 3·4계층인데 한국의 투자 무게중심은 1·2계층에 쏠려 있다고 짚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은 AI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합산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80% 수준으로 제시됐다. 두 회사의 반도체 설비투자 합계도 약 70조원에 달한다. 정부도 올해 범정부 AI 예산을 10조1000억원으로 늘렸다. 이 중 그래픽처리장치(GPU) 확충에만 2조805억원을 배정했다. 연말까지 누적 3만7000장의 GPU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문제는 '투자 방향'이다. 연구원은 한국의 강점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인프라에 집중돼 있는 반면 기반모델과 응용 서비스에 대한 구조적 투자는 부족하다고 봤다. 반도체 공급은 AI 산업의 필수 조건이지만 사용자와 데이터, 생태계를 장악하는 쪽은 플랫폼 사업자라는 설명이다. 하드웨어 우위를 확보해도 상위 가치사슬을 놓치면 산업 주도권은 해외 빅테크에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편중은 기업과 정부 모두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이미 경쟁력이 검증된 반도체에 자원을 집중할 유인이 크고, 정부는 GPU 도입 물량이나 데이터센터 구축 면적처럼 성과를 수치로 보여주기 쉬운 분야에 예산이 쏠리기 쉽다는 것이다. 반면 기반모델 경쟁력이나 응용 생태계 수준은 단기간에 계량화하기 어렵다. 공공 투자가 투입 중심으로 관리되면서 하드웨어 편향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美 빅테크는 AI 생태계에 적극 투자"
글로벌 AI 생태계 투자 방식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한 차이가 보인다. 구글과 아마존은 앤트로픽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엔비디아는 엔벤처스(NVentures)를 통해 GPU 클라우드와 기반모델, 기업용 AI 기업까지 자본을 연결하고 있다. 단순 재무투자가 아니라 공급망과 플랫폼 영향력을 함께 키우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수동적 위치에 머물러 있다고 연구원은 평가했다.
연구원은 한국의 반격 가능성도 제시했다. 특히 주목한 분야가 피지컬 AI다. 로봇, 자율제조, 자율주행처럼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는 아직 글로벌 승자가 굳어지지 않은 데다 제조 현장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를 가진 나라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이차전지 등 제조업 기반이 두터운 한국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피지컬 AI 시장은 2024년 50억달러에서 2030년 3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정부 AI 투자도 무게중심을 바꿔야 한다면서 "1·2계층은 민간 대기업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으로 주도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제도적 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공공 예산의 무게중심을 3·4계층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피지컬 AI에 대해선 "아직 글로벌 강자가 확정되지 않은 초기 경쟁 단계"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이 구조적 비교우위가 된다"고 짚었다. 한국 AI 산업의 경쟁력이 반도체 공급에 머무를지, 상위 가치사슬로 확장될지는 결국 투자 배분 구조 전환에 달렸다는 제언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3 hours ago
2


![“굴착기 몰다 사망한 내 남편, 보험금 안준답니다”…보험사의 주장은 [어쩌다 세상이]](https://pimg.mk.co.kr/news/cms/202604/25/news-p.v1.20260424.6ccd27586a3d48e884ddaba0bf0a24e8_R.jpeg)


!["2년내 집 사려는데"…30대 부부 '15억' 들고 고민하는 이유 [돈 버는 법 아끼는 법]](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2.37364003.1.jpg)

!["밤마다 낯선 사람과 한 잔해요"…호프집 망할 때 '핫플' 된 곳 [트렌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1.44058151.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