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달부터 시행
환자들 “수백만원 부담 줄어”
백혈병 환자인 A씨는 한 주기에 10만원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다코젠을 투여해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의료진이 새롭게 허가받은 600만원짜리 신약을 함께 써볼 것을 권했지만 A씨는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신약과 함께 쓸 경우(병용 요법) 건강보험 적용을 받던 다코젠마저 비급여로 전환돼 환자 부담금이 200만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A씨는 “신약까지 합치면 800만원이고, 한번에 끝나는 치료도 아닌데 너무 부담이 됐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이런 병용 요법을 받아도 기존 건보 혜택이 유지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이처럼 병용 요법에도 건보 혜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약제)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5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암 치료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에 건보가 적용돼온 항암 요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새로운 요법을 함께 쓰는 경우 기존 약제에 대해서는 종전과 동일하게 건보 혜택이 주어지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그동안 항암 신약이 포함된 병용 요법은 전체 치료비가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많은 암 환자가 치료를 잠정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상황에 놓이곤 했다. 특히 생존율 향상과 부작용 감소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병용 요법의 경우 암 환자에 꼭 필요한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번 고시 개정은 병용 요법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앴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은 조치라는 평가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항암제 병용 요법은 총 54건으로, 전부 신약이 포함된 방식이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약제에 신약을 추가한 방식이 28건, 신약에 신약을 더한 방식이 26건으로 파악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비급여 신약과 함께 기존 급여 치료제를 사용하면 아무런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환자들이 모든 치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며 “신약이 건강보험에 등재되기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