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완전 도파민 도둑이네”…도저히 끊기 힘든 숏폼 드라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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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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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업계에 숏폼 드라마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숏폼 드라마는 1~3분 길이로 짧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 장면 등이 특징이다. 이러한 숏폼 드라마의 유행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증가했기 때문이며, 숏폼 콘텐츠 플랫폼들은 대중의 선호와 소비 방식 변화에 맞춰 콘텐츠의 제공 방식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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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파혼→결혼 스토리도 5분이면 끝
거침없는 전개로 수십회차 금방 몰아봐
재벌가 막장 클리셰·적나라한 성적묘사
눈길 끌려는 자극적 줄거리도 판쳐

사진설명

“혼수 해올 돈도 없다는 게 사실이니? 어디서 근본 없이 자란 티를 내?”

상견례 자리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여자에게 면박을 준다. 여자가 부모님의 유산인 집을 담보로 신혼집 중도금을 댔으나 예비 신랑은 그 돈을 코인 투자로 탕진하고 결국 결혼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국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숏폼 드라마 플랫폼 숏차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의 1회 내용이다.

숏폼 드라마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의 주인공 수영과 일우. 코탑미디어

숏폼 드라마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의 주인공 수영과 일우. 코탑미디어

최근 콘텐츠 업계에는 한 회 길이가 1~3분으로 짧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숏폼 드라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국산 1위 OTT 티빙은 숏폼 콘텐츠 서비스를 5일 개시한다. 왓챠는 지난 9월 숏폼 드라마 플랫폼 숏차를 출시했고 비글루스, 탑릴스, 위치박스 등도 숏폼 드라마들을 선보이고 있다.

숏폼 드라마는 이야기를 매우 빠르게 전개한다. 짧은 길이 안에서 플롯들을 소화하고 시청자의 눈을 드라마에 계속 붙들어놓기 위해서다. 기존 드라마에서 수시간에 걸쳐 묘사됐을 이야기가 몇 분 만에 펼쳐지고, 거침없는 진행에 시청자가 몰입될 경우 수십 회의 회차를 금세 몰아 보게 된다.

숏폼 드라마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의 주인공 수영과 일우. 코탑미디어

숏폼 드라마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의 주인공 수영과 일우. 코탑미디어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을 보면 주인공인 여자 수영이 약혼남과 파혼한 뒤 남자 주인공 일우를 만나 결혼하는 과정이 1~4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수영은 약혼남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일우의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고, 할머니가 모종의 이유로 수영과 일우를 이어주면서 ‘마치 예견됐던 교통사고처럼, 필연적으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숏폼 드라마 ‘너에게만 몹쓸 짓’에서 의붓 오빠인 도현이 동생 서진을 윽박지르는 모습. 장면 캡처

숏폼 드라마 ‘너에게만 몹쓸 짓’에서 의붓 오빠인 도현이 동생 서진을 윽박지르는 모습. 장면 캡처

숏폼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은 자극적인 소재와 장면이다. 짧은 시간에 시청자의 흥미를 끌어야 하는 만큼 성적 묘사 등 선정적인 내용을 적나라하게 담는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기존 글로벌 OTT 콘텐츠에서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도 그 수위가 맵게 느껴진다.

탑릴스의 드라마 ‘너에게만 몹쓸 짓’은 1회부터 재벌가의 딸 서진이 약물 성범죄에 노출되고 의붓 오빠 도현이 그를 구하는 장면이 제시된다. 두 사람은 곧바로 사랑을 나누지만 도현의 비뚤어진 성격으로 인해 극단적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재벌가의 암투, 근친상간 등 한국식 막장 드라마의 클리셰들이 자극적으로 펼쳐진다.

숏폼 드라마 ‘너에게만 몹쓸 짓’의 주인공 서진이 의붓 오빠 도현을 바라보는 모습. 장면 캡처

숏폼 드라마 ‘너에게만 몹쓸 짓’의 주인공 서진이 의붓 오빠 도현을 바라보는 모습. 장면 캡처

또 다른 플랫폼 비글루의 드라마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 역시 티빙의 연애 프로그램 ‘환승연애’의 설정을 선정적으로 바꿔 시청자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헤어진 연인들로 구성된 6명의 남녀가 9일간 합숙하면서 매일 밤 같이 잠을 잘 침대 메이트를 정하고, 의무적으로 상대의 심박수가 120이 넘도록 스킨십을 한다. 상금 1억원을 얻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이성과 끈적한 만남을 하는 모습들이 반복해 묘사된다.

숏폼 드라마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에서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모습. 장면 캡처

숏폼 드라마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에서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모습. 장면 캡처

숏폼 드라마가 유행하는 것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늘었기 때문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5120만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숏폼 플랫폼(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의 지난 8월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52시간2분으로 OTT(넷플릭스·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의 7시간17분보다 7배 이상 많았다.

숏폼 콘텐츠 플랫폼들은 대중의 선호와 소비 방식 변화에 맞춰 콘텐츠의 제공 방식도 바꾸고 있다. 숏폼 플랫폼 위치박스는 숏폼 작품을 선보는 것 외에 기존 일반 드라마·영화들을 숏폼의 형식으로 바꿔 공급하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추노’, 영화 ‘타짜-신의 손’ 등을 2분씩 잘라 제공한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유튜브는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크리에이터들이 짧은 영상을 올리는 쇼츠의 길이 제한을 1분에서 3분으로 늘렸다.

숏폼 드라마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에서 주인공이 쉐어하우스 참여를 권유받는 모습. 장면 캡처

숏폼 드라마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에서 주인공이 쉐어하우스 참여를 권유받는 모습. 장면 캡처

그동안 숏폼 드라마는 무명 배우가 출연하고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창작진의 체급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론칭을 앞둔 짧은 포맷의 콘텐츠 플랫폼 펄스픽의 드라마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랑’은 배우 이동건, 박하선이 출연하고,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단, 하나의 사랑’ 등을 연출한 이정섭이 감독을 맡았다. 펄스픽은 코미디언 김민경의 연기 도전작 ‘코드네임B: 국밥집요원들’, 한기웅 배우와 달샤벳 아영 주연의 ‘너의 뮤즈, 나의 여신’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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