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입장 반영 강경 노선 선택
여야의정 협의체 불참도 밝혀
수시 합격자 발표 마감 3주 남아
“모집 중지는 불가능” 의견 지배적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첫 회의를 마친 후 “2025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입장을 반영해 강경 노선을 취한 것이다. 여야의정 협의체에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다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고 건양대 등 일부 의대가 이미 수시 합격자를 발표한 상황에서 모집 중지를 주장하는 걸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현실적”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도 의대 모집 중지해야”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열린 비대위 첫 회의에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올해 휴학생과 내년도 신입생을 합쳐) 갑자기 6000, 7500명을 교육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의대 교육환경은 파탄으로 갈 것이며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주장을 의협이 받아들인 것이다. 대전협은 올 2월 병원을 떠나면서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포함한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학 중인 의대생이 복귀할 경우 증원 없이 기존 정원인 3058명을 뽑아도 수업이 불가능하다며 모집 중지, 즉 신입생을 전혀 뽑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일본 도쿄대가 학생 수업 거부로 전교생이 유급되자 1969년 신입생을 안 뽑은 것과 세종대가 학내 분규로 1991학년도 일부 학과 학생 모집이 중단됐던 사례를 거론했다. 또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벌이는 의료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부터 가동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선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하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현재 협의체에 참여 중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를 향해서도 “무거운 짐을 벗고 나오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며 불참을 촉구했다.
● 건양대 등 이미 합격자 발표
다만 교육계에선 이미 수능이 끝나고 수시모집이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내년도 모집 중지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별로 진행하는 수시 합격자 발표 마감은 다음 달 13일까지로 3주밖에 안 남았다. 메가스터디교육 관계자는 “건양대 등 이미 수시 최초합격자를 발표한 의대도 있다. 내년도 모집 정원 일부만 줄여도 수험생과 학부모 소송이 제기될 텐데 아예 모집을 중지하자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내년 초 의대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고 의협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의협과 전공의 단체도 입장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배가 된 의대 합격자에 대해 합격 취소를 주장하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합격자가 나오면 취소하라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합격자가 안 나오지 않았느냐. 3주 뒤에 가서 (입장을 밝히겠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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