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이후 대학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다시 돌아와도 이들에게 예전처럼 폭넓은 역할을 맡기진 못할 것이란 주장이 의료계에서 제기됐다. 인력 이탈이 장기화한 데다 전공의 업무 상당수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채우면서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연 ‘헬스케어 콩그레스’에서 의정 갈등 이후 병원 내 인력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대학병원 전공의의 빈자리를 PA 간호사가 빠르게 대체했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전공의 이탈 전 150여 명이던 PA 간호사가 최근 400여 명으로 2.7배가량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 의료 정상화 논의가 이어지자 병원마다 전공의 복귀 이후를 대비하는 태스크포스팀(TFT)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전공의 역할 정립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연희 분당서울대병원 간호본부장은 “(전공의가 돌아와도) 무조건 PA 간호사 인력을 유지하겠다는 진료과도 있다”며 “진료과별, 교수별 편차가 상당하다”고 했다. 손이 서툰 ‘수련생’ 신분 전공의보다 경력이 쌓인 간호사와 근무하길 원하는 교수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전공의가 대학병원에 수련생으로 복귀할지, 근로자로 복귀할지 등이 정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동 없이 교육만 받는 수련생이라면 수련병원인 대학병원도 그에 합당한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병원 내 전공의 역할이 축소된 데다 근무시간까지 줄면 3~4년 정도인 수련 기간만으로는 의료 기술을 익히는 게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용범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를 통해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무 시간이 줄면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을 24∼30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전공의 수련 시간은 주당 64시간으로 줄이고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