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 꼬셔 2000억 '대출 사기' 친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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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국 개원을 도와주겠다며 의료인에게 접근해 허위 서류를 바탕으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발급받은 대출 브로커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40대 대출 브로커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의사와 약사 278명과 공모해 위조된 잔액증명서와 가짜 의료기기 매매계약서 등을 신용보증기금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265회에 걸쳐 총 1970억원 규모 예비창업보증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본인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포토샵으로 잔액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창업보증이란 의사 등 전문직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억원의 대출 보증을 해주는 제도다. A씨는 신용보증기금 보증 심사와 은행 대출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노렸다. 그는 자신을 ‘개원컨설팅업자’ ‘은행 대출상담사’라고 소개하면서 개원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한 의사·약사들에게 접근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A씨가 개원 대출을 도와준 의료인을 상대로 사기를 벌인 사실도 적발했다. 그는 대출이 실행된 의사·약사 80명에게 “신용보증기금 규정상 6개월간 대출금을 사용할 수 없으니 받은 돈을 나한테 송금하라” “사용처 소명이 필요하다고 하니 돈을 내면 (의료기기) 거래내역을 만들어주겠다”며 560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렇게 가로챈 돈을 불법 선물거래에 투자했다.

경찰은 애초 이번 사건을 270건으로 분리해 검찰에 송치하면서 A씨뿐 아니라 공범인 의사와 약사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단일 사건’으로 병합했고, 의사와 약사들은 사실상 A씨에게 이용당했다고 보고 276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의사 두 명은 대출금을 개원 이외 목적으로 썼고,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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