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의 시간 23년…그새 정권 5번 바뀌었다 [시장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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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이하 은마)가 드디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습니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지 23년 만입니다. 그 사이 대한민국 정권은 참여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다섯 번 바뀌었습니다.

업계에서 은마는 '대한민국 재건축의 역사'라고 불립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건축 정책도 완화와 규제를 반복했고 은마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재건축 열풍 속 첫발"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1979년 한보건설이 시공한 28개 동 총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입니다. 5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단지는 노후화됐고 드디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03년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은마 역시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으며 재건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집값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하고 각종 투기 억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기대감과 규제가 공존하는 분위기였고 은마 역시 초기 사업 방향을 잡는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은마아파트의 시간 23년…그새 정권 5번 바뀌었다 [시장톡]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은마도 사업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은마는 2010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주민 간 개발 방식과 설계안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고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보완 요구가 나오면서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책보다 내부 갈등이 더 큰 변수인 시기였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각종 규제를 풀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했습니다. 그럼에도 은마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최고 층수를 둘러싼 서울시와의 이견이 계속됐고 조합 내부에서도 설계 변경과 사업 방향을 놓고 의견 차이가 이어졌습니다. 49층 재건축 계획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의 도시계획 기조와 충돌하면서 사업은 다시 장기 표류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은마 재건축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기는 문재인 정부 때입니다.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키고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확대 적용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 전반이 위축됐습니다. 은마 역시 규제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었지만 재건축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고 사업은 사실상 답보 상태를 이어갔습니다. 은마는 어느새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 아니라 '재건축 규제의 상징'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멈췄던 은마 시계'가 다시 움직인 윤석열 정부

분위기가 바뀐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였습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를 내세우면서 은마도 다시 속도를 냈습니다. 2023년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정비계획 변경을 완료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시행인가를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결국 은마는 이재명 정부 들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습니다. 강남구는 법정 처리 기한인 60일보다 33일 빠르게 인가를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가를 통해 은마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 철거 절차를 거쳐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은마는 지하 6층~지상 49층, 29개 동, 총 585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합니다. 공공임대 909가구와 공공분양 195가구도 함께 공급될 예정입니다.

은마아파트 조감도 사진=한경DB

은마아파트 조감도 사진=한경DB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 위원은 "은마 재건축은 단순히 한 단지의 사업 진척을 넘어 우리나라 재건축 정책의 변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며 "은마가 재건축된다면 현재 가격이 눌려 있는 대치, 도곡동 단지들이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은마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42억8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에도 42억원에 거래됐지만 가격은 다시 30억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지난달에는 37억7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같은 단지 전용 76㎡ 역시 지난해 11월 38억원까지 치솟은 이후 지난달엔 34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거래는 지지부진하지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니 기대는 커진 상황"이라며 "다만 규제가 많다 보니 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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