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운전자의 유지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율이 해마다 낮아지는 데다 다음달부터 초급속 충전요금도 오른다. 휘발유·경유차보다 유지비가 싸다는 점이 전기차 구매의 주요 이유였지만, 각종 감면 혜택이 줄면서 체감 절감 효과가 예전만 못해지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전기·수소차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율은 올해 30%다. 2024년까지 50%였던 할인율은 지난해 40%로 낮아졌고 올해 30%로 다시 줄었다. 내년에는 20%로 낮아진다. 현행 제도는 2027년 말 종료될 예정이다. 장거리 운행이 잦은 전기차 운전자일수록 통행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한국도로공사 기준 전기·수소차 통행료 할인율은 2025년 40%, 2026년 30%, 2027년 20%로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충전요금도 사용 방식에 따라 부담이 갈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월 1일부터 전기차 공공충전요금 체계를 기존 2단계에서 5단계로 개편한다. 기존에는 100㎾ 미만과 100㎾ 이상으로 나눠 요금을 매겼지만, 앞으로는 30㎾ 미만, 30~50㎾ 미만, 50~100㎾ 미만, 100~200㎾ 미만, 200㎾ 이상 등 5개 구간으로 나뉜다.
가장 많이 보급된 30㎾ 미만 완속 충전요금은 ㎾h당 295.0원으로 기존보다 9.1% 낮아진다. 반면 고속도로 휴게소와 대형 쇼핑몰 등에서 주로 쓰는 200㎾ 이상 초급속 충전요금은 ㎾h당 393.1원으로 13.2% 오른다. 정부는 충전기 출력별 설치비와 운영비, 전력망 부담 차이를 반영한 요금 현실화라고 설명한다. 전체 충전기의 약 90%를 차지하는 완속 충전요금은 낮아지지만, 장거리 운전자가 많이 이용하는 초급속 충전 부담은 커지는 셈이다.
예컨대 배터리 용량 70㎾h 전기차를 200㎾ 이상 초급속 충전기로 완전히 충전하면 다음달부터 비용은 2만7517원이다. 기존 100㎾ 이상 공공충전요금인 ㎾h당 347.2원을 적용했을 때보다 3213원 더 든다. 여기에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율도 2024년 50%에서 올해 30%로 낮아졌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등 장거리 주행이 잦은 전기차 운전자는 통행료와 충전료 부담을 함께 체감할 수밖에 없다.
민간 충전요금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공공충전요금은 시장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한다. 전기차 충전업계는 충전기 설치비와 유지보수비, 통신비, 부지 임차료가 늘어난 반면 충전기 이용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아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SK일렉링크는 급속 충전요금을 ㎾h당 430원으로 올렸다. 완속 충전요금도 공용 충전소 기준 288원에서 320원으로 인상했다.
전기차 충전비는 사업자와 결제 방식에 따라 차이도 크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충전요금 정보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공공 급속충전요금은 100㎾ 미만 324.4원, 100㎾ 이상 347.2원으로 표시돼 있다. 반면 민간 사업자 로밍요금은 충전사업자와 회원카드에 따라 ㎾h당 400원대 후반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 같은 충전기를 쓰더라도 어떤 앱이나 카드로 결제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유지비 부담은 앞으로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계절별·시간대별 전기요금과 충전요금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거나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는 싸게,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비싸게 받는 방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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