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과 첫 스테이블코인 협력 나선 EU은행권 컨소시엄에 듣는다 [only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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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규제를 준수하는 유로화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기관들 사이에서 국경을 넘어 직접, 안전하게, 거의 즉각적으로 정산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키발리스 CEO
키발리스 CEO "유로·원화 스테이블코인…국경 넘어 직접 정산 입증이 목표"

얀 올리버 젤 키발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유럽 스테이블코인 협력 프로젝트 ‘판게아’의 목표를 이같이 설명했다. 젤 CEO는 코인베이스 독일 법인 대표를 거쳐 지난해 말 키발리스 대표로 선임됐다.

판게아는 한국과 유럽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국경 간 송금과 외환 정산을 공동으로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포인트 제로 포럼 2026’에서 키발리스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체인링크, 국내 블록체인 기업 페어스퀘어랩(FSL), 국내 은행권 협력체 유니카 등과 함께 판게아 출범을 발표했다.

유럽 측 파트너인 키발리스는 유럽 15개국 37개 은행이 참여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으로, 판게아에서 유로 기반 결제·정산 체계를 담당한다. 한국 측에서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전북은행, 케이뱅크 등 국내 주요 은행 10여 곳이 참여하는 유니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협력을 맡고 있다.

키발리스는 올 하반기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전자화폐기관(EMI) 인가를 받은 뒤 유로 1대1 준비금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은 젤 CEO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키발리스는 판게아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하반기 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추진을 앞두고, 한국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판게아에서 키발리스의 역할은 향후 유로·원화 국경 간 정산 모델에서 규제를 준수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축을 담당하는 것이다. 판게아에 참여한 이유는 키발리스의 더 큰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키발리스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인 미카법(MiCA)을 준수하는 유로 전자화폐결제(EMT)를 핵심 정산 인프라로 만들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판게아를 통해 자체 코인을 발행을 하기 전 한국·유럽 기관들과 함께 실제 국경 간 정산에 필요한 기술, 법률, 컴플라이언스, 운영 표준을 마련할 수 있다. 판게아는 키발리스가 여러 통화를 지원하는 차세대 디지털 금융 인프라에서 유로 기반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판게아에서 원화와 유로 스테이블코인 간의 상호 운용성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판게아는 유로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중개기관 없이 직접 교환·결제하는 구조다. 키발리스는 유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준비금 관리, 상환 체계 등 유럽 측 결제 인프라를 담당하고, 한국 참여기관은 원화 자산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한다. 체인링크는 양측 시스템을 연결해 거래가 동시에 완료되도록 지원하며, 스위프트는 은행 간 메시지 전달과 참여 기관 확인, 거래 지시 등 기존 금융망의 역할을 맡는다. 실제 자금 이동과 결제는 각국의 규제를 준수하는 디지털자산 인프라에서 이뤄진다.

-키발리스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판게아 실험에서는 실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될 예정인가.

△판게아는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단계가 아니라, 기술과 운영 방식을 검증하는 시험 프로젝트다. 따라서 초기 테스트에는 키발리스가 실제 발행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대신 테스트용 토큰이나 모의 자산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키발리스는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전자화폐기관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실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기 전까지는 테스트 환경에서 기술과 운영 체계를 검증하고, 은행 간 협업과 상호운용성 등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판게아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정식 출시되면 기관 간 결제와 송금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키발리스는 판게아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테스트 이후 실제 서비스로 이어질 가능성인가.

△키발리스 입장에서는 유로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기관 간 국경을 넘어 안전하고 신속하게 결제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다. 이를 통해 외환 거래와 기업 자금 관리, 국경 간 송금, 토큰화 자산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술 검증을 시작으로 일부 은행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을 거쳐야 한다. 이후 키발리스의 유로 스테이블코인 출시와 한국 측 제도 및 인프라 준비가 완료되면 상용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일정은 키발리스의 출시 시점과 한국의 규제 및 시장 준비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법제화가 늦어지는 사이 개별 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이 만들어지고 있다. 키발리스의 은행 컨소시엄과 비교해 본다면.

△어떤 구조가 적합한지는 각 국가의 규제와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은행을 중심으로 핀테크사들이 참여하는 모델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이용자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각 그룹이 서로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시장이 여러 생태계로 나뉘고, 그룹 간 결제나 송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키발리스와 같은 컨소시엄은 처음부터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인 만큼 상호운용성과 개방성을 확보하기 쉽다. 특히 유럽처럼 단일 통화와 통합된 결제시장을 갖춘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참여 기관이 늘어날수록 활용 범위와 가치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환경은 국가마다 다른 만큼, 다른 국가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컨소시엄 합류 은행이 12개에서 37개로 늘었다. ABN암로·노르데아·인테사 산파올로 같은 대형 은행을 포함한 신규 25곳이 합류하게 된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두 가지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첫째, MiCA가 전면 시행되면서 유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하고 통일된 규제 틀이 EU 전역에 마련됐다. 그동안 관망하던 은행들이 참여에 필요한 법적 확실성을 얻은 것이다. 둘째, 프로그래밍 가능하고 토큰화된 정산 수단에 대한 기관 수요가 커지면서 사업성이 훨씬 뚜렷해졌다. 유럽 전역의 은행들이 기업 고객으로부터 24시간 실시간 결제와 스마트계약 기반 정산에 대한 구체적 요청을 받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다수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탐색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고객을 위한 토큰화 정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규제 명확성과 상업적 시급성이 결합되면서 신규 회원들이 합류하게 됐다.

-서로 다른 국가·규제·문화를 가진 37개 은행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조율하나. 규모가 큰 만큼 느리게 움직일 위험은 없나.

△키발리스는 참여하는 모든 은행이 동등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독립 법인으로 설립됐다. 은행들이 공동으로 소유하지만 특정 은행에 종속되지 않는 중립적인 결제 인프라를 지향한다. 의사결정도 성격에 따라 나눠 운영합니다. 사업 방향이나 지배구조 변경처럼 중요한 사안은 참여 은행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기술 개발이나 서비스 운영과 같은 실무는 경영진이 맡아 신속하게 추진한다. 여러 국가의 은행이 참여하는 것도 강점이다. 다양한 규제와 운영 환경을 반영해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고, 처음부터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유로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앞두고 기술·규제 또는 운영적 측면에서 남은 주요 단계는 무엇인가.

△남은 과제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EMI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어 참여 은행들의 시스템을 키발리스 플랫폼과 연동하는 작업을 마치고, 은행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법률 절차도 최종 정비해야 한다. 일부 회원 은행을 대상으로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며 결제 과정과 스마트계약 기능,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고 있다. 목표는 올해 하반기 출시지만, 다른 금융 인프라 사업과 마찬가지로 최종 일정은 인허가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4시간 실시간 정산, 토큰화 자산의 원자적 정산, 스마트계약 기반 프로그래밍 결제 중 기업 고객 사이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을 활용 사례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수요가 크고 즉각적인 가상자산 거래와 디파이(DeFi)에서 활용이 될 것으로 본다. 파트너사 네트워크를 통해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 대출 플랫폼 등에서 유로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집중된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유럽 투자자들조차 자국 통화 대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를 넘어 기업 간 자금 관리와 국경 간 결제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24시간 유동성과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결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유로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유통량의 약 0.2%에 불과하고 USDT·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유로가 뒤처진 이유와, 키발리스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디지털자산 시장은 처음부터 달러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선점했다. 반면 유럽은 MiCA 시행 전까지 규제를 준수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가 없어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 기존 유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도 규모가 작고 은행권의 지원이 제한적이었다. 키발리스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15개국 37개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기반으로 초기 이용자와 거래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유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투기보다 실제 결제와 송금 등 실사용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키발리스도 이에 맞춰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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