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문제 DNA 찾아내 ‘싹둑’, 희귀질환 아기 살렸다

4 weeks ago 5

필수단백질 생성 못하는 유전병
美서 첫 맞춤 크리스퍼 치료 성공
10개월 아기 3회 치료후 건강회복
“초희귀질환 개인별 치료 길 열려”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인맞춤형 유전자 편집 기술로 유전 질환을 치료한 KJ 멀둔 군의 모습. 현재 생후 10개월 정도의 멀둔 군은 생후 7개월 때부터 주사 치료제를 3번 맞아 현재는 퇴원할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제공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인맞춤형 유전자 편집 기술로 유전 질환을 치료한 KJ 멀둔 군의 모습. 현재 생후 10개월 정도의 멀둔 군은 생후 7개월 때부터 주사 치료제를 3번 맞아 현재는 퇴원할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제공
세계 최초로 개인 맞춤형 ‘크리스퍼’(유전자 가위) 치료를 받은 생후 10개월 아기의 사례가 전해졌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던 이 아기는 현재 3번의 크리스퍼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이번 성공 사례로 개인맞춤형 정밀 치료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펜실베이니아대, 브로드 연구소 등 여러 저명한 연구기관들은 1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치료 사례를 발표했다. 치료를 받은 아기는 생후 10개월이 되어 가는 KJ 멀둔으로 ‘CPS-1’(카르바모일 인산 합성효소-1)이라고 불리는 필수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는 유전 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이 질환은 체내 질소화합물을 제거하지 못해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가 뇌에 쌓이게 한다. 이 유전 질환을 가진 아기의 절반은 생후 1주일 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J 멀둔의 소식을 접한 공동 연구진은 연방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6개월 만에 환자에게 딱 맞는 크리스퍼 치료제를 개발했다. 총 세 번의 주사 투여를 통해 KJ 멀둔은 현재 퇴원할 만큼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해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 및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주문형 크리스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유전 질환 치료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퍼 기술은 체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 가위로 자르듯 제거하는 기술이다.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과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가며 GPS 역할을 하는 ‘가이드 RNA’로 구성돼 있다.

문제 유전자를 반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리스퍼 기술은 등장 이후 많은 바이오 기업들의 관심을 받았다. 많은 기업이 크리스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결과 2023년 첫 크리스퍼 치료제 ‘카스게비’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유전자 이상으로 낫 모양으로 변하는 ‘겸상적혈구병’ 치료제로,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스,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했다.

이번 치료 사례로 인해 겸상적혈구병보다 더 희귀한 초희귀질환도 개인맞춤형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 환자의 돌연변이 유전자에 딱 맞는 GPS RNA만 변경하면 되기 때문이다. 크리스퍼 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며 관련 시장도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 네스터는 전 세계 유전자 편집 시장은 2024년 49억 달러(약 6조8700억 원)로 평가되며, 2037년까지 352억800만 달러(약 49조41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에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유전자를 잘라내고 원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2세대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KJ 멀둔의 치료에도 사용된 ‘베이스 에디터’ 기술은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서열 하나를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하는 기술이다. 데이비드 류 미국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여러 개의 염기서열을 한 번에 교체하는 ‘프라임 에디터’ 기술도 개발했다. 류 교수가 창업한 프라임 메디신은 프라임 에디터 기술을 활용해 희귀질환인 만성육아종증(CGD) 치료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프라임 에디터 기술을 적용한 첫 임상 사례로, 연내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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