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대신 은행에 맡긴다…국내 유언대용신탁 5조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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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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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유언장 대신 은행 신탁 계약으로 자산을 상속하는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5조원을 넘어섰다. 고액 자산가 중심의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가입 문턱이 낮아지고 치매 등 노후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시니어 고객을 중심으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5조183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3조원대였던 잔액은 2025년 말 4조5001억원으로 불어났고, 올해 들어서도 1분기 말 4조8045억원에서 4월 말 5조원대를 넘어섰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은행과 계약을 맺어 보유 자산을 관리하고, 사후에는 정해둔 방식에 따라 상속이 이뤄지도록 하는 서비스다. 종이 유언장의 분실이나 보관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상속 과정에서 자녀 간 분쟁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시장 확대에는 가입 조건 완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 전용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최소 가입 금액이 1만원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일반 고령층도 접근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치매에 대한 불안도 신탁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전에 본인 의사로 자산 관리와 상속 방식을 정해두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국내 치매 인구는 100만명으로, 치매 환자가 보유한 이른바 '치매머니'는 170조원으로 추산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는 치매머니 규모가 2050년 48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유언대용신탁과 치매안심신탁을 앞세워 시니어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정상혁 행장 등 임원 21명이 '신한 SOL메이트 유언대용신탁·치매안심신탁'에 가입했다. 고객에게 상품을 제안하기 전 경영진이 먼저 고객 입장에서 필요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KB국민은행은 치매 진단 전문기업과 협력해 AI 인지 능력 검사 무료 서비스를 진행했다. 만 55세 이상 고객 가운데 치매 관련 상품이나 유언대용신탁 등 상속 상담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뇌 건강 나이와 두뇌 에너지 수준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시니어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유언대용신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가입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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