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마음이라고, 그는 거칠게 믿었다. 값비싼 음식도, 빛나는 보석도, 사랑하는 마음 앞에선 부질없는 것이라 여겼다. 치기 어린 철부지의 분별 없는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주 냉정한 표정이었다. 같은 인간으로, 같은 인종으로 보지 않는 눈빛. 젊은 사내는 파충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후한 중년의 남자는 조용히 읊조렸다. “가난한 남자는 부잣집 여자와 결혼을 생각해선 안 되는 법이지.”
죽음을 결심했다. 삶의 기둥이던 사랑이 무너진 탓이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어서, 삶과 죽음은 구별되지 않았다. 죽음이 일상이고, 삶이 비정상인 곳으로 향했다.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전장터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그는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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