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대 물리관 앞에 이런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여러 장이 건물 입구와 보행로 주변에도 걸렸다. 플래카드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학생들에게 묻자 대부분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재학생은 “한국전쟁에 참여한 동문 선배를 추모하는 기념비를 세우는 행위가 왜 학습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대 대학본부에 따르면 플래카드는 부산대교수회와 한국비정규노동조합 부산대분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달 15일 전부 게시했다. 이들은 “6·26 참전 호국영웅 명비 건립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대는 국가보훈부와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 준공을 목표로 물리관 앞 새벽뜰 광장에 호국영웅 명비(기념비) 설치 사업을 진행했다. 1억 원의 국비를 들여 너비 6m, 높이 2m 규모의 기념비를 세우고 한국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 255명의 동문 이름을 앞면에 새길 예정이었다. 또 부산대 캠퍼스 확장에 도움을 준 리처드 위트컴 유엔군 부산 미 제2군 사령관을 기리는 조형물 등을 뒷면에 설치하려고 했다. 위트컴 장군은 50만 평에 이르는 현재 장전동 캠퍼스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설득했다. 당시 부산대는 1946년 개교 뒤 종합대학으로 승격했으나 마땅한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위트컴은 미군 공병부대를 동원해 온천동과 부산대를 잇는 도로가 개통되게 돕기도 했다.여태껏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는 것이 대학본부의 입장이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교수와 교직원 등 15명 안팎의 구성원으로 꾸려진 캠퍼스기획위원회가 지난해 이사업 추진을 충분히 검토했다. 교수회가 추천했던 교수들도 2명 이상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교무회의를 비롯해 다른 의견 수렴 절차도 여러 차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대학본부는 반발 의견이 있는 만큼 캠퍼스기획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기념비 건립에 관한 제반 사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 개최가 6월로 검토되고 있는 만큼 당초 6월로 예정됐던 기념비 준공도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캠퍼스기획위원회에서 기념비의 설치 입지와 디자인, 조성 시기 등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