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줄더니 오늘 완전 그쳐…주민들 “속이 후련” 이구동성
‘동해안 최북단’ 고성 명파리 주민 “접경지 활기 되찾길” 소망
‘위이이잉’ 대남방송 횟수 줄더니…오늘 완전 끊겨
12일 오전 강원 철원 김화읍 생창리. 중부전선 최전방인 이곳은 북한과 불과 2㎞ 떨어진 지역이다.
이곳에선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위이이잉’ 하는 공습 사이렌이나, 귀신 소리, 들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기괴한 대남방송이 울려 퍼지던 곳이다.그러나 주민들은 전날 오후부터 이 같은 소리가 들리지 않더니, 이날 오전부턴 아예 들리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생창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전날부터 대남 방송 들리는 횟수가 적어지더니 오늘부턴 확성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그동안 기괴한 소리에 정신 사나웠는데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기괴한 대남방송 중단으로 모처럼 달콤한 잠을 이룬 접경지 주민들. 이들은 이번 조치가 ‘3일 평화’에 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박 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과 기조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접경지 주민들”이라며 “이번에야말로 꼭 남북 관계가 원만해져서 접경지 상권 매출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시 평화의 길목으로” 기대감 내비친 ‘동해안 최북단’
이번 대북·대남방송 중단 조치로 모처럼 남북 긴장 관계가 풀리는 모습을 보이자 한때 ‘평화의 길목’으로 불렸던 강원 동해안 최북단 마을주민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같은 날 오전 강원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한때 금강산으로 가는 버스들이 줄을 서던 곳이다.
약 70가구 300여명밖에 살지 않는 민통선 인근 작은 마을이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나 납북자 가족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계획 등 남북이 긴장 관계에 놓이면 민통선 내 농경지 출입이 통제되는 등 생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허다하다.김남명 이장은 “접경지 사는 사람치고 이번 조치를 환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이장 역시 “수십 년 이 마을에 살면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대를 해왔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며 “누구 하나 접경지역을 생각해 준 사람이 없고 항상 소외돼 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대통령은 전 대통령과 다르게 대북 정책을 가져가겠지만,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되든 정책의 연속성을 갖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명파리 주민들은 대부분 민통선 내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또 일부는 동해안 최북단 어장인 저도어장에서 조업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남북 긴장 상황이 생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22년 11월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막바지 조업이 한창이던 저도어장이 폐쇄되면서 어민들이 철수한 적도 있다.
과거 금강산 육로 관광의 거점으로 ‘평화의 길목’으로 불렸던 명파리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당시 마을에 들어선 식당 수십 곳과 상점엔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그러나 2008년 북한군 발포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이곳은 사실상 ‘폐허’로 변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젠 1시간이 지나도 차 1대가 길을 지나는 것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주민 A 씨는 “금강산 관광이 활황일 땐 이 마을 식당에서 1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던 시절도 있었다”며 “이젠 영업하는 식당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화해 무드로 이어져 (육로)관광도 재개하고, 지역 경기도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편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 조치로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도 이에 맞대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바 있다.
(철원·고성=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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