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열풍에 식료품비 30% '뚝'…식품업계 '나비효과'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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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푸드 2026' 글로벌 푸드 트렌드&테크 컨퍼런스
"향후 식품 시장은 고단백·저당이 주도"
매일·남양·풀무원다논 등 국내외 웰니스 라인업 강화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주최로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푸드 2026' 컨퍼런스. 이날 첫 번째로 발표를 맡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인터내셔날의 김채은 책임연구원. /사진=박상경 기자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주최로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푸드 2026' 컨퍼런스. 이날 첫 번째로 발표를 맡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인터내셔날의 김채은 책임연구원. /사진=박상경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이 국내외 식품업계의 패러다임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식욕 자체가 줄어드는 '덜 먹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칼로리·대용량 중심의 외식 및 식품 비즈니스는 한계에 직면한 반면 고단백·기능성 영양식 중심의 생태계 재편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주최로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푸드 2026' 컨퍼런스의 <글로벌 푸드 트렌드&테크 컨퍼런스> 세션에서는 GLP-1이 바꾸고 있는 식품산업 구조가 다뤄졌다.

발표를 맡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인터내셔날의 김채은 책임연구원은 "비만치료제 확산에 따른 식품 소비 변화는 단순히 '덜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소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먹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류의 전체 칼로리 소비량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는 이른바 '피크 칼로리(Peak Calorie)'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식품 시장은 적은 양으로도 필수 영양소를 밀도 있게 채울 수 있는 영양식 구조로 지속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유로모니터의 산업별 글로벌 톱 10 제품 표기 특성 예측 전망에 따르면 향후 식품 시장은 '고단백'을 필두로 '고식이섬유', '무가당' 속성을 갖춘 제품들이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메이저 식품 기업들도 대대적 인수합병(M&A)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프랑스의 글로벌 식품기업 다논은 최근 영국의 식사대용 단백질 영양식 전문 기업인 '휴엘'을 약 10억유로(약 1조7289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네슬레와 콘아그라 브랜즈 역시 '바이탈 펄슈트', '온트랙' 등 비만치료제 투약군을 겨냥한 'GLP-1 친화' 제품 라인을 잇달아 론칭하며 입맛을 잃은 소비자 붙잡기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 조사에 따르면 GLP-1 복용 가구는 이전보다 평균 21%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며 가구당 식료품비 지출액은 최대 31%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 미국 시장에 '먹는 위고비'로 불리는 경구용 제제 '위고비 필'이 출시된 데 이어 하루 5달러 수준의 저가 경구제 출시가 잇따르면서 대중화에 따른 식품 매출 감소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으로 미국 식품기업 캠벨스의 최근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25억6400만달러(약 3조5000억원)로 4.5% 감소,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51달러로 31% 빠졌다. 스낵 부문 영업이익은 39% 급감했다.

풀무원다논 '요프로(YoPRO)' 2종 (설탕무첨가 플레인, 블루베리). /사진=풀무원다논

풀무원다논 '요프로(YoPRO)' 2종 (설탕무첨가 플레인, 블루베리). /사진=풀무원다논

국내 시장 역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누적 처방 건수가 올해 3월 기준 202만건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국내 식품·유통업계는 식욕이 약물로 관리 대상이 되는 트렌드에 맞춰 다이어트 전후 관리 시장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풀무원다논이 선보인 프리미엄 고함량 프로틴 요거트 '요프로'가 대표적이다. 다논의 글로벌 영양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요프로는 한 컵(150g)에 완전 단백질 15g을 담고 지방 함량을 0%로 낮춘 제품으로, 지난해 12월 출시한 후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개를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매일유업도 최근 한 병(350ml)에 단백질 45g을 담은 '셀렉스 프로핏 스포츠'를 출시했으며, 남양유업 역시 '테이크핏 몬스터'를 단백질 45g으로 리뉴얼해 선보였다.

저당·저칼로리 및 수분 보충을 앞세운 라인업 강화도 뚜렷하다. 삼립의 피그인더가든은 인위적인 단맛을 줄이고 알룰로스 등을 활용한 저당 소스 및 드레싱 12종을 출시했고, CJ제일제당은 곤약·파로 햇반 등 저당 라인업을 강화했다. 티젠은 기능성 식이섬유를 더하고 스틱당 15칼로리로 낮춘 콤부차 신제품을 선보였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저당 스포츠음료 매출이 11.5% 늘어나자 '2% 부족할 때' 제로 라인업을 내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확산과 함께 소비자들의 식사량과 식품 선택 기준이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며 "덜 먹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식품 시장은 대용량·고칼로리 중심에서 소용량·고단백·저당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며 향후 경구형 비만 치료제가 추가 보급될 경우 이 같은 체질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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