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손 뗀 美 현실주의 돌아왔다"…한국 '버려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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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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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JD 밴스 미국 행정부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행정부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배트남전 여파로 미국이 주한미군 7사단을 철수시켰던 때와 같이 한국은 '버려짐'의 공포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트럼프 2.0시대 신 국제질서 전망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이 행사는 한국국제정치학회(학회장 김태형 숭실대 교수)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한석희 연세대 교수)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차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는 대외 개입을 선호하는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같은 신보수주의(네오콘) 세력 대신, 현실주의적 젊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세력이 득세했다"며 "트럼프와 밴스에게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식의 사명감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대만의 경우에도 중국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지나치게 큰 비용이 든다고 판단하면 대만이 미·중 협상의 카드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 한국에선 박정희 정권 시절에 이어 두 번째로 독자 핵무장과 같은 자주국방 논의가 심각하게 대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미국 신우파 세력이 자유국제주의 전략을 폐기한다면 한국도 현실주의적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난 30년간의 자비로운 패권 질서가 저물고 있기 때문에 1980년대 이전 냉전 시대를 통해 더 적합한 교훈을 찾을 수 있다"며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실리를 챙긴 이승만·박정희 정부의 한·미 관계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 2기 미국은 가치공동체가 아닌 이익공동체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지향하는 세계관은 2차 세계대전 이전 국수주의가 강력한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디지털 분야 규제는 탈규제화와 친기업혁신적 접근이 선호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을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피터 틸 팰런티어 창업자 등이 직·간접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용일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은 자국민에 대한 정부의 절대적인 정보 통제권을 강조하는 중국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개인의 자기정보 결정권을 강조하는 유럽연합(EU) 진영과도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개발 및 사용에 대한 행정명령'을 폐기하고 향후 4년간 AI 인프라에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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