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전문가 에릭 발추나스 BI 연구원
레버리지 우려에도 美 시장은 건강
투자자들이 무지?…“위험 알지만 거래”
손실 가중 상품?…“오히려 100조 창출”
‘ETF 신호등’ 도입해 일반투자자 보호 제안
최근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기 문제가 증시 불안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미 ETF업계 최고 전문가는 레버리지 ETF에 대한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해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레버리지 ETF 비중 1%”…한국은 6%
12일(현지시간)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시니어 ETF 애널리스트는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레버리지 ETF들이 새로운 ‘문제의 원흉(boogeyman du jour)’으로 지적받고 있는데, 그 영향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레버리지 상품이 최근 ETF 신상품의 34%를 차지하고, 전체 ETF 거래의 13%를 차지하고 있지만 ETF 전체 운용자산의 1%만 차지할 뿐이라고 반론했다. 주식시장 내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이는 레버리지 ETF 쏠림이 심한 한국보다 확연히 낮은 수치다. 13일 한국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전체 거래대금이 전체 ETF의 51%를 차지했다. 운용자산은 전체 ETF의 6%를 차지했다.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ETF는 위험하고, 변동성 끌림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런 위험을 알고 거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버리지 ETT를 패스트푸드와 위스키에 비유햇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합법적이며,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내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다.
TQQQ 출시 이후 74조원 현금 창출
실제로 레버리지 ETF가 ‘자산을 녹게 한다’는 인식과 달리, 이들 상품은 미국 투자자들의 자산을 불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첫 레버리지 ETF가 나온 뒤로 미국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해온 덕이다.
발추나스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그간 미 레버리지 ETF가 창출한 현금은 667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른다. 나스닥100 지수를 일일 3배로 추종하는 TQQQ가 495억달러(약 74조원)를 창출해 역대 1위에 올랐고, ICE 반도체지수를 일일 3배로 추종하는 SOXL이 476억달러(약 71조원을 창출했다.
반대로 가장 많은 현금을 증발시킨 레버리지 ETF는 나스닥100 지수를 일일 마이너스 3배로 추종하는 SQQQ(146억달러)다. 뉴욕증시 변동성지수(VIX) 선물을 1.5배로 추종하는 UVXY(88억달러)가 2위에 올랐다.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TQQQ처럼 엄청난 상승(3만8000%)을 보인 상품들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익 실현을 했다”며 “전문가들이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을 비판해도 그들이 계속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TF 신호등 만들어야…테슬라 2배는 빨간불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ETF의 위험도를 세부적으로 분류해,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는 “우리 엄마가 이런 상품들을 이용하기를 원치는 않는다”며 “레버리지 문제의 해결책으로 신호등 시스템을 제시한다. 영화 등급을 모델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전체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으로 나누는 것처럼 ETF도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 등 등급 분류를 하자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ETF 등급표를 보면 위험도가 1~6단계로 구분되며 각 상품별 리스크 요인이 표시돼 있다.
예컨대 서학개미 인기 상품으로도 유명한 TSLL(테슬라 2배 레버리지)은 최고 리스크 등급인 6단계에 빨간불 경고가 켜졌다. 레버리지 배율이 과중하고 일일 리밸런싱을 거치며, 액티브 운용되는 등의 리스크가 복합돼서다.
반면 테슬라 주가를 일일 마이너스 1배로 추종하는 TSLT는 3단계에 노란불이다. 인버스 1배 상품의 위험도가 레버리지 2배보다 낮기 때문이다.
“알고도 투자할 사람은 해라”…한국은 어떻게?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모든 레버리지 ETF는 빨간불”이라며 “디젠(degen·위험 선호 투자자)들은 그들의 투자를 하도록 냅두고, 동시에 무고한 투자자들은 보호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발추나스 애널리스트의 이번 제언은 일반 투자자들이 배경지식 없이 고위험 ETF 투자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변동성 끌림과 같은 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투자자들이 고위험 ETF 투자에 나서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견해다.
이는 당국의 규제보다는 시장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는 미국 금융투자업계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호해야 할 투자자는 보호하지만, 보호를 원치 않는 투자자는 내버려 둔다’는 식이다.
ETF 분석가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발추나스 애널리스트의 이번 제언은 최근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를 고민하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업계에도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발 투기세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예탁금 상향, 사전교육 강화, 괴리율 관리 보완, 투자 한도 제한 등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보다 위험 선호 성향이 훨씬 강한 한국 투자자들의 성향 때문에 대책 마련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투기세를 진정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발추나스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신호등 시스템’은 최근 국내에서 거론되는 ‘투자자 진입요건 강화’ 대책과 연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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