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900원에 글로벌 객실을 도매가로… 23만 회원에 거래액 500억[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5 hours ago 3

호텔 객실의 세계 여행 시장 유통을 혁신한 올마이투어
조종사 출신-여행사 사장 의기투합… “국내 객실 글로벌 실시간 공급하자”
코로나로 눈물짓던 시기 극복하고, 국내 첫 침대은행 사업자로 안착
글로벌 여행 플랫폼보다 싸게 판매… “온톨로지 AI로 호텔 운영도 도전”

올마이투어 정현일 대표(오른쪽)와 석영규 대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척한 베드뱅크 사업 방식에 대해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설명하고 있다. 도매 가격으로 확보한 객실을 개인 회원에게 구독제로도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대표적인 베드뱅크가 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올마이투어 정현일 대표(오른쪽)와 석영규 대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척한 베드뱅크 사업 방식에 대해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설명하고 있다. 도매 가격으로 확보한 객실을 개인 회원에게 구독제로도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대표적인 베드뱅크가 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 번쯤 숙소 예약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한숨을 쉬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고다에서 찾고, 부킹닷컴에서 비교하고, 또 다른 사이트를 열어보고…. 그러다가 투숙 일이 아직 불확실하면 창을 그냥 닫아버린다. 이런 번거롭고 지루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도록 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월 1900원짜리 구독 하나로 세계 300만 개 숙소를 여행사에 공급되는 도매가로 예약할 수 있다. 투숙 일을 당장 정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최저가로 결제해 두고, 나중에 날짜를 잡을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올마이투어(각자대표 정현일, 석영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객실을 온라인에서 예약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구독형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사업과 2000여 개 여행 관련 글로벌 기업에 국내 호텔 객실을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침대은행(Bedbank·베드뱅크)’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이다. 베드뱅크 사업은 호텔 객실을 도매로 확보한 뒤 시스템 기반으로 세계 여행사·OTA·항공사 등에 유통하는 숙박업의 유동성 공급자다.

● 글로벌 호텔 객실을 도매가로 공급

올마이투어는 ‘어썸 멤버십’으로 구독형 사업 ‘올마이투어닷컴’을 운영 중이다. 기존 아고다나 호텔스닷컴 같은 글로벌 OTA들은 플랫폼 수수료 20%를 얹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올마이투어는 월 1900원(연간 구독은 1만9000원)을 내는 구독 회원에게는 여행사에 제공하는 도매가격으로 예약이 가능하게 했다. 글로벌 30개 OTA와 가격 비교 결과, 올마이투어는 1박 기준 평균 2만9000원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23만 명인 구독 회원이 예약할 수 있는 숙소는 300만 개에 달한다. 세계 25개 글로벌 베드뱅크 파트너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연동 계약을 완료한 덕분이다. 베드뱅크는 지역 기반으로 호텔 객실을 확보하고 서로에게 객실을 도매가로 교환 판매하는데, 올마이투어는 이 중 일부를 구독 회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얼리버드 바우처 부킹엔진’도 운영 중이다. 기존 OTA 예약 방식은 체크인·체크아웃 날짜를 먼저 정해야 했다. 일정이 불확실한 사람은 구경만 하다 떠나버린다. 올마이투어는 이 심리적 장벽을 아예 없애버렸다. 날짜를 정하지 않고 먼저 최저가로 결제한 뒤 14일 안에 투숙 일을 지정하면 된다. 그 결과 사이트에 접속해 예약하는 사람의 비율인 예약 전환율이 기존 OTA 대비 6배나 높았다. 바우처 부킹엔진은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인 CJ온스타일에 공급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신한카드 ‘올댓 여행’, SSG닷컴, CJ온스타일 등 주요 국내 이커머스 10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 국내 호텔 객실 ‘디지털 고속도로’로 수출

올마이투어는 작년 일본 대규모 정보기술 IT 전시회(2025 JAPAN IT WEEK)에  참여해 기술력을 자랑했다. 올마이투어 제공

올마이투어는 작년 일본 대규모 정보기술 IT 전시회(2025 JAPAN IT WEEK)에 참여해 기술력을 자랑했다. 올마이투어 제공
올마이투어의 본업은 베드뱅크다. 유럽과 미주 중심으로는 수십 년 전에 자리 잡은 산업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는 사실상 전무했다. 올마이투어는 이 공백을 파고들어 국내 최초 글로벌 베드뱅크로 자리매김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석영규 대표(46)는 “우리와 계약을 맺은 호텔의 경우 프로그램에서 스위치 하나만 켜놓으면 중국 3위 OTA 플리기(Fliggy), 일본 한큐 여행사, 동남아 최대 OTA 트래블로카에 호텔 객실을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바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유니버설 API’다. 제각각인 호텔 시스템을 하나의 API로 통합하고, 순식간에 세계 2000여 개 채널로 실시간 송출한다. 하루 10억 건 이상의 검색 트래픽도 처리 가능하다.

올마이투어는 세계 호텔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온톨로지(Ontology) 프레임워크 ‘탈로스(TALOS)’도 개발 중이다. 온톨로지 기반 AI는 호텔 운영 관리와 관련한 전문적인 ‘지식 지도’와 AI를 결합한 것으로 AI의 환각 현상을 없앨 수 있다. 탈로스는 예약과 판매, 청소 상태 등 각 부문별로 제각각인 호텔 데이터들을 AI가 자동으로 분류·통합하고, 그 위에서 에이전틱 AI가 가격 설정부터 판매·체크인·고객 응대(CS)까지 호텔 운영의 반복 업무 전체를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파견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스텍 AI 연구소와 산학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올마이투어의 글로벌 B2B 파트너는 20개국 2059개사다. 최근 5분기간 누적 B2B 매출은 291억 원이고 해외 매출 비중이 62%라고 했다.

● 자카르타에서 싹튼 인연, 창업으로 결실

두 창업자의 만남은 201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항공에서 10년 이상 글로벌 마케팅과 해외 항공사 합작 업무를 담당하던 석 대표는 당시 자카르타 지점 부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그곳에서 동남아발 한국 단체 관광을 20년 넘게 전문으로 다뤄온 정호여행사를 운영하는 정현일 대표(46)를 만났다.

석 대표는 2018년 대한항공을 떠나 이스타항공 B737 부기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던 2020년,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스타항공은 존폐 위기에 처했고, 정 대표 역시 단체 관광객이 끊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평소 공감해 왔던 여행업의 디지털전환을 해 보자며 서로에게 연락했다. 2020년 10월, 올마이투어가 탄생했다.

하지만 창업은 곧 생존의 싸움이었다. 팬데믹이 극심하던 2021년 초, 두 사람은 베드뱅크 솔루션을 세상에 내놓았다. 여행업계가 말 그대로 죽어가던 시절, 여행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곳은 거의 없었다. 호텔들도 반응이 없었다. 아무 채널도, 아무 거래처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야 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석 대표는 “솔직히 코로나 때 정 대표님 없이 혼자였다면 창업을 이어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정 대표의 20년 인바운드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초기 호텔 계약도, 해외 여행사 연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남아 현지 여행사들, 일본·대만·인도네시아 파트너들은 정 대표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 자산이었다.

역할 분담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정 대표는 B2B 영업 총괄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책임지고, 석 대표는 프로덕트·마케팅 전략과 조직 운영을 이끈다. 영역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상호 보완하는 구조, 이것이 공동 창업 성공의 주요 요소 같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 거래액 매년 2배, 흑자 전환

2021년 47억 원으로 시작한 거래액은 2022년 68억, 2023년 127억, 2024년 263억, 2025년 499억 원으로 매년 거의 2배씩 성장했다. 2026년 들어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수록 K-호텔을 글로벌 유통망에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올마이투어의 베드뱅크 솔루션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올마이투어는 올해 7개 국어·30개 통화를 지원하는 글로벌 버전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2027년 일본 B2B 시장 진출, 2028년 구독 회원 100만 명·연간 예약 숙박 250만 개·매출 3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되는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호텔 운영 자동화 시스템인 탈로스는 호텔 운영 주체들이 변화에 대한 의지 약하면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 대표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난 20년간 OTA 위주로 고착화된 숙소 가격 구조와 유통 방식을 혁신해, 동북아 호텔 산업 자동화를 주도하는 호텔업계의 기반 시스템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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