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미국 달러와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급팽창하며 한국의 통화 주권과 플랫폼 주권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2442억 달러(약 334조원)로 이 중 99%가 달러 연동 코인에 집중돼 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어날수록 달러 채권의 패권이 강화되는 구조지만 현재 원화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이 이 상태로 가만히 있는다면 디지털 글로벌 결제망에서 소외될 뿐 아니라 앞으로 위기 시 국내 금융안정의 통제권마저 해외에 내주는 셈이다. 이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결제 효용성과 금융포용, 환율 불확실성 헤지, 디지털 금융경쟁력 강화, 국익과 통화영토 확장 등 네 가지로 들 수 있다. 결제 효율성과 금융포용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24시간 즉시 결제가 가능하고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줄여 국내·외 지급결제 효율을 높인다. 해외 송금이나 전자상거래 결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중개은행 없이도 실시간으로 정산할 수 있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와의 거래에서도 디지털 원화를 통해 접근성을 높여 금융포용을 확대할 수 있다.
무역기업이나 해외 소비자로선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 직접 원화로 거래할 수 있다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해외 ‘K-팝’ 팬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BTS 굿즈를 결제한다면 실시간 환전 없이도 거래가 이뤄져 환위험 해소와 결제 편의성을 동시에 얻는다. 이는 외국인에게 원화를 직접 보유·사용하게 함으로써 원화 수요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에겐 새로운 혁신 플랫폼으로 작용해 디지털 금융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분산금융(DeFi), 스마트계약 기반 서비스, 토큰화 자산 결제 등 신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안심하고 글로벌 디지털 금융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전략자산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원화의 통화 영토를 넓혀주는 도구로 원화를 국제 결제망에 편입해 통화주권을 강화한다. 해외에서 ‘K-콘텐츠’나 ‘K-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원화 코인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디지털 한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달러 일변도의 글로벌 머니 흐름에 원화 블록을 구축함으로써 국가 위상을 높이고 비상시 금융안전망으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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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공과대학 컴퓨테이셔널파이낸스 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