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이후…교섭 구조 변화
지난 3월 10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가 시행됐다. 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조합들의 원청에 대한 직접 교섭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대부분의 원청은 이러한 하청 노동조합들의 교섭요구에 대하여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고, 이에 하청 노동조합들은 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제기하며 법적인 분쟁에 나아갔다.
법적 분쟁의 결과는 원청에 우호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위원회는 대부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간혹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기각된 사례도 있지만 기각판정은 대부분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음을 그 이유로 했고, 동 절차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원청 '사용자성'의 법적 의미
이러한 노동위원회의 판단들에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원청의 단체교섭의무 발생의 전제이고, 이러한 단체교섭의무는 곧바로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을 반드시 들어주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하청 노동조합과의 대화의 장을 폭넓게 열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문제를 단순히 원청에 하청 노동조합과 대화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한 접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노동조합법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여 형사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 제90조).
즉, 노동조합법하에서 원청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는 단순히 하청 노동조합과 대화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치는 것이라기보다는, 형사범죄의 주체로서의 신분을 가지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형사책임 구조와 사용자성 판단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과정에서는 형벌법규 해석의 엄격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6. 5. 21. 선고 2018다296229 판결의 다수의견 역시 노동조합법 제90조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 하도록 정하고 있고,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 구성요건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일 것이 포함된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과 관련하여 구 노동조합법 제2조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는 개정 노동조합법의 해석 및 적용과정에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의 판단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단순히 '교섭의제'별로 사용자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현재의 경향도 보다 심도 있는 재검토가 요구된다.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실질적 지배력은 근로조건에 관하여만 판단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하청 노동조합은 이른바 '산업안전 의제'를 중심으로 하여 동 의제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산업안전 의제의 범주에 포함되는 의제 중에서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의제가 있을 수 있고, 근로자의 근로조건과는 관련이 없는 의제도 있을 수 있다.
같은 카테고리 내의 의제 중 근로조건에 관한 것과 근로조건과는 관련 없는 의제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산업안전 의제'에 관해 원청에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명문 규정에 반하여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장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의 개정 이후 우리의 노사관계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차원으로 돌입하고 있으며, 아직 명확한 해석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노측과 사측 모두 혼란에 빠져 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정밀한 법적 기초 없이 쉽사리 인정할 경우 이후의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노사 간의 의견 대립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위원회나 법원 등 관련 기관들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정교한 법논리하에 신중하게 판단함으로써, 향후 예상되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해 주기를 바라본다.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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