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쉽게 안 내려간다"…자원 부국의 수출 통제 쇼크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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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9 07:00 수정2026.04.29 07:03

짐바브웨 고로몬지의 프로스펙트 리튬 광산에서 근로자들이 리튬 정광을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짐바브웨 고로몬지의 프로스펙트 리튬 광산에서 근로자들이 리튬 정광을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원자재값 쉽게 안 내려간다"…자원 부국의 수출 통제 쇼크 [글로벌 머니 X파일]

글로벌 핵심 광물의 가격 하한선이 높은 수준에서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아프리카·아시아 자원 부국들이 수출을 통제하고 생산 할당량 축소하면서다. 첨단 산업의 원가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거세진 자원 민족주의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짐바브웨 정부는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리튬 원광·정광 수출 금지를 11개월 앞당겨 지난 2월 발효했다. 다만 최근 현지 가공 투자 확약과 쿼터를 조건으로 일부 정광 수출 재개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광 전면 수출 금지는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올해 탄산리튬당량(LCE) 생산 전망치는 12만 4000톤으로 글로벌 공급의 약 7%다. 중국 해관총서 기준 지난해 중국 스포듀민 수입의 15.5%(120만 4072톤)가 짐바브웨산이었다.

아거스 미디어 집계로 5.5% 품위 스포듀민(리튬 정광) 현물가는 2월 톤당 1300~1500달러에서 3월 초 1600~1800달러로 급등했다. 일부 호가는 1,950달러까지 치솟았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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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더 정교한 '관리형 가격 체제'를 가동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광석 생산 할당량(RKAB)을 작년 3억 7900만 톤에서 올해 약 2억 6,000만 톤으로 1억 톤 이상 감축했다.

필리핀과 글로벌 니켈 공급의 약 75%를 묶는 '인도필 니켈 회랑' 카르텔도 형성했다. 업계에선 인도네시아의 관련 정책이 니켈 가격을 톤당 2만~2만2000달러 범위로 안정화하기 위한 국가 전략적 방어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법제화된 비대칭 무기화 전략을 강화했다. 중국 상무부는 2026~2027년 텅스텐·안티모니·은 수출 국영무역 기업 명단을 최근 발표했다. 명단상 기업 수는 은 44개, 텅스텐 15개, 안티모니 11개로 제한됐다. 중국은 글로벌 안티모니 채굴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련·수출·가공망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다. 작년 중국의 주요 안티모니 제품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텅스텐 제품 수출도 2025년 1~9월 전년 동기 대비 13.7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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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작년 10월 고시 61호를 통해 중국산 희토류 성분·기술을 포함한 해외 제조 제품까지 통제하는 역외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가치 기준 0.1% 이상 중국산 통제 희토류가 포함되면 제3국 수출 시 사전 라이선스를 의무화하는 역외 통제 조항이다. 다만 해당 규정의 시행은 작년 11월 7일부터 올해 11월 10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가격 하한선

글로벌 핵심 광물 시장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서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른바 '자원 민족주의 2.0'다. 1970년대 방식은 1차원적 국유화였다. 최근 자원 민족주의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미드스트림(가공·제련) 통제권을 자국 내로 내재화하고, 공급량 조절을 통해 가격 결정권 자체를 지경학적 무기로 활용하는 고도화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 결과는 가격의 '구조적 하방 경직성'이 형성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한계 광산이 퇴출당하고, 공급이 자연 조정되는 전통적인 사이클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하락이 재정·협상력에 위협이 되면 정부가 즉시 채굴 할당량을 삭감하거나 수출을 금지해 정책적으로 가격 하한선을 형성한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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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로벌 산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짐바브웨에 수직계열화 투자를 단행한 화유코발트·시노마인 등 중국 배터리 원소재 기업은 자체 조달망이 끊기자 글로벌 현물 시장으로 몰렸다.

챈들러 우 패스트마켓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의 현물 시장 집중으로 올해 글로벌 리튬 부족이 심화하고 단기 가격 지지선이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크 셀비 캐나다 니켈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펀더멘털 분석에 의존하던 애널리스트들이 뒤늦게 가격을 따라 전망치를 올리는 것은 원자재 시장의 '레짐 체인지' 신호"라고 평가했다.

방산·하이테크 부품도 영향을 받았다. 야간투시경, 철갑탄에 필수적인 안티모니와 텅스텐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서방 방산업체의 조달 리스크가 커졌다. 중국의 은 수출 국영무역 기업 명단 축소는 태양광·전자 부품용 은의 수급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AI 산업도 영향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구리 시장의 펀더멘털 공급망을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작년 10월 올해 정련 구리 시장 전망을 공급 과잉에서 15만 톤 부족으로 수정했다. 올 4월 전망에서는 다시 9만 6000톤 잉여로 바꿨다. 신규 광산 개발에 10~1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구리의 강한 하방 경직성과 가격 상승은 향후 10년의 장기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의 하방 경직성은 거시경제에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의 원가 절감 속도가 광물 가격 지지선에 막혀 둔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모델에 따르면 핵심 광물 공급망에 지정학적 단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평균 배터리 팩 가격은 즉시 40~50% 급등할 수 있다. 원가 부담 가중은 완성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친환경 산업 설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스태그플레이션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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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자원 민족주의 2.0'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고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광물이 필수인 첨단 제조업 비중이 높다. 국내 업계에선 "10대 전략 핵심 광물 밸류체인 전반의 대중 의존 구조 탈피와 다자 광물협정 네트워크의 입체적 설계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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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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