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개구리 살아 있는 듯…중국보다 생생한 '고려 상형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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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상형청자 주제 첫 특별전, 총 274건 전시
중국보다 더 생동감 있는 형상 구현 눈길
고려 사람들의 빼어난 미감 확인할 수 있어

  • 등록 2024-11-25 오후 4:04:01

    수정 2024-11-25 오후 4:04:01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고려 사람들은 중국에서 시작한 도자기 공예 문화를 고려만의 고유한 문화로 승화시켰다. 은은하면서도 영롱한 푸른 빛깔 ‘비색’(翡色)으로 잘 알려진 고려청자다. 그동안 고려청자는 여러 무늬를 새기는 상감(象嵌) 기법을 이용한 ‘상감청자’로 자주 소개됐다. 그러나 상감청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여러 형상을 본떠 만든 ‘상형(象形)청자’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언론공개회가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2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국보 ‘청자 양각·동화 연꽃무늬 조롱박모약 주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 상형청자를 집대성한 특별전을 선보인다. 26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2에서 여는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다. 고려 상형청자를 주제로 대표작과 발굴품 등 중요 자료를 한 자리에 모은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보 11건, 보물 9건, 등록문화유산 1건을 포함한 총 274건의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25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상형청자 보고서에 이은 전시”라며 “학술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고려 상형청자가 지닌 뛰어남과 아름다움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 유약과 뛰어난 조형성으로 고려시대 공예의 높은 기술적 성취와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는 한국문화의 정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상설전시관 청자실을 개편하면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상형청자를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이를 통해 상형청자만을 다루는 특별전을 기획했다. 서유리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상형청자를 다룬 논문이 2건밖에 안 될 정도로 상형청자 연구가 부족했다”며 “고려 상형청자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청자 원숭이·석류모양 연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 △‘제작에서 향유까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 등 4부로 구성했다. 고려 상형청자의 문화적 뿌리라 할 수 있는 삼국시대 상형토기와 토우(土偶) 장식 토기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제작·유통·소비 과정, 다채로운 상형청자의 아름다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서는 고려 사람들의 빼어난 미감(美感)을 확인할 수 있다. 상상 속 동물 기린을 표현한 ‘청자 기린모양 향로’, 고려 공예에서 인기 소재였던 원숭이를 표현한 ‘청자 원숭이·석류모양 연적’ 등을 소개한다. 이 중에서 ‘청자 원숭이·석류모양 연적’은 커다란 석류에 매달린 원숭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

리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청자 양각·동화 연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자’도 만날 수 있다. 1257년 사망한 무신정권의 권력자 최항(1209~1257)의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13세기 청자 대표작이다. 손잡이 위에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어 고려 사람들의 세밀한 공예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청자 사자모양 향로’.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의 초점은 중국 상형자기와는 또 다른 고려 상형청자만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고려와 같은 시기였던 중국 북송대(960~1127) 중국 자기들을 함께 비교 전시한다. 서유리 학예연구사는 “북송대의 중국 자기들은 크기도 훨씬 크고 양각을 굵고 두드러지게 표현한 반면 고려 상형청자는 가느다란 칼을 이용해 양각을 표현하는 등 매우 디테일하고 섬세한 표현이 눈에 띈다”며 “중국의 공예 기술이 우리만의 푸른 색과 만나 훨씬 더 생동감 넘치는 형상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상형청자의 내부구조도 확인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2년과 2023년 컴퓨터 단층촬영(CT), 3차원 형상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 조사로 밝혀낸 상형청자의 제작기법을 인터랙티브 영상으로 구성했다. 이솔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자, 백운기 충남대 연구교수, 신미경 작가, 정구호 디렉터 등이 참여한 고려 상형청자 관련 인터뷰 영상도 전시실에서 상영한다.

개관을 기념해 첫 일주일(11월 26일~12월 2일)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내년 설날 연휴과 12월과 2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도 무료 관람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언론공개회가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2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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