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특수재난훈련센터 준공… 산단 폭발사고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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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석유화학공단 내부에 조성
143억 투입해 2168㎡ 규모로 건립
공단 맞춤 설계로 재난상황 훈련
특수재난 7종 대응 훈련시설 마련
여수 등 타 시도서 훈련 요청도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특수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훈련센터가 울산에 문을 열었다. 끊이지 않는 폭발과 화재로 ‘화약고’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은 울산 국가산단의 재난 대응 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 내 특수재난훈련센터. ‘펑’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모형 플랜트가 화염에 휩싸였다.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아 올랐고, 특수대응단 10명이 3개 조로 나뉘어 재빨리 대응했다. 1조는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고, 화재 진화용 화학물질도 연신 쏘아 올렸다. 2조와 3조는 모형 플랜트 2층과 3층에 들어가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인화성 물질을 다루는 석유화학 공장에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벌인 소방 훈련인데, 불을 완전히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착공 4년 만에 이날 문을 연 특수재난훈련센터는 사업비 143억 원을 들여 부지 2만7850m²에 건축 면적 2168m² 규모로 지어졌다. 센터에는 전술훈련장, 다목적훈련탑, 건물화재훈련장, 실화재훈련장 등 기본 소방훈련시설 4종과 석유화학 시설(플랜트) 훈련장을 비롯해 옥외탱크훈련장, 이동탱크훈련장 등 총 7종의 특수재난 대응 훈련시설이 마련됐다. 공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불이 난 유류 탱크를 그대로 옮긴 듯,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직접 불을 끄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석유화학에 특화된 전국에 하나뿐인 훈련시설이 있다 보니 준공 전부터 이미 여수 등 석유화학 단지가 있는 타 시도에서도 훈련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재난훈련센터가 석유화학을 주로 다루는 국가산단 내부에 들어선 것은 이곳에서 폭발과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2월 10일에는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 공장에 설치된 유류 저장탱크가 폭발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폭발 직후 1600t의 석유 혼합제품(솔베이트)이 저장된 대규모 탱크에서 매서운 불길이 치솟았고, 불이 난 탱크 주변에는 바이오디젤, 윤활유가 가득 찬 탱크들이 있어 자칫 더 큰 불로 번질 뻔했다. 울산에서는 지난 5년간 이 같은 석유화학 관련 화재사고가 30건이나 발생했다.

훈련센터에서는 밀폐 공간에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는 ‘플래시 오버’ 현상과 가스 발화 등 다양한 화재 성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노래방과 고시원 등 상업시설과 공동주택에서의 실제 화재 훈련도 가능하다. 특수대응단은 센터를 거점으로 신임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훈련에 나설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은 국내 대표적인 석유화학 공업도시로 대형화재와 특수재난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이라며 “이번 훈련센터 준공을 계기로 더욱 효과적인 예방·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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