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24만달러 수중드론, 러시아 4억달러 잠수함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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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정상, 美특사단과 회동 > 유럽 주요국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뒷줄 왼쪽 두 번째)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안전 보장 방안으로 유럽 주도의 다국적군 파병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앞줄 왼쪽부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젤렌스키 대통령,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로이터연합뉴스

< 유럽 정상, 美특사단과 회동 > 유럽 주요국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뒷줄 왼쪽 두 번째)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안전 보장 방안으로 유럽 주도의 다국적군 파병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앞줄 왼쪽부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젤렌스키 대통령,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전략폭격기와 유조선, 크림대교 등을 공격했는데 이번엔 잠수함까지 노린 것이다. 값싼 무인 드론이 수천억원대 핵심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이 다시 한번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 바다까지 장악한 드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 ‘서브시(sub-sea) 베이비’가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다”며 “러시아 해군의 바르샤반카급 잠수함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사실상 전력에서 이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군함 사이에서 잠수함이 폭발하며 물기둥이 솟구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 24만달러 수중드론, 러시아 4억달러 잠수함 잡았다

이번에 공격받은 잠수함에는 우크라이나 본토 공격에 활용돼온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발사대 최대 4기를 실을 수 있다. 선체가 소음을 흡수해 음파탐지기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블랙홀’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이 잠수함 가격은 4억달러(약 5900억원)로 추산되며 국제 제재 여파로 교체 비용은 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공격에 사용된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은 기존 ‘시 베이비’를 개량한 것이다. 아직 대중에게 공개된 적은 없지만 시 베이비는 대당 가격이 24만달러(약 3억5000만원)로 알려져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서브시 베이비도 대당 단가가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이미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다. 값싼 무인기가 대규모 병력과 고가 무기를 손쉽게 무력화하면서 전통적 전술의 효용도 떨어졌다. 드론은 인명 살상의 주범이기도 하다. 전사자와 부상자의 70% 이상이 드론 공격으로 발생한 반면 포격에 의한 피해는 16%, 소형 화기에 의한 피해는 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양측은 드론 탐지를 피하기 위해 소규모 부대로 분산 이동하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작전은 수중 드론이 잠수함과 같은 고가 해군 전력을 직접 겨냥한 공격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수중 드론은 기존엔 공중 드론에 비해 탑재 중량과 운용에 한계가 있어 정찰과 기뢰 제거 등 제한적 임무에 머물러 왔는데, 이번에 그런 한계를 넘은 것이다.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이번 사례는 이 전쟁에서 해상 전투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뒤집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벤저민 볼바 유럽 방위기술허브 공동 설립자는 드론을 두고 “수십 배 저렴한 시스템이 대규모 생산이 어려운 고가 시스템을 파괴하는 근본적인 비대칭성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잠수함 폭파’를 부인하고 나섰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룰레프 러시아 흑해함대 공보관은 “우크라이나 측 주장은 정보기관이 만들어낸 가짜뉴스”라며 “노보로시스크만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어떤 전함이나 잠수함도 피해를 보지 않았고, 승무원 역시 모두 다치거나 파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종전 논의…영토 문제에는 이견 여전

우크라이나는 종전안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틀간 협상을 벌여 전후 안전 보장 방안에서는 일부 진전을 이뤘다. 다만 영토 문제를 놓고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측 대표단과 협상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전후 안전 보장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군이 검토 중인 세부 초안도 아직 초안 단계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도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안전 보장이 이번 협상의 핵심 의제였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5조(집단방위 조항)에 준하는 수준의 안전 보장을 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주)의 영토 양보 문제를 두고는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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