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 쏟아진 고대유물 그대로 전시”…이탈리아 로마 지하철역 개통

앞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은 1.5유로짜리 지하철 표 한 장으로 고대 로마의 유물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지하철역 자체가 전시 공간으로 꾸며지면서 일상에서 문화 체험이 가능해진 셈이다.

16일(현지시간) 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로마 지하철 C노선의 ‘콜로세오-포리 임페리알리’ 역과 ‘포르타 메트로니아’ 역이 새롭게 개통됐다. 두 역은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고대 유적과 유물을 역사 내부에 그대로 전시·복원한 것이 특징이다.

콜로세움 인근에 위치한 콜로세오-포리 임페리알리 역에는 지난 10년간의 발굴 과정에서 나온 청동 소형 조각상, 나무 검, 도자기 주전자 등 생활 유물 수백 점이 전시됐다. 부유한 고대 로마인 주택에 딸린 목욕시설 유적도 함께 공개돼 눈길을 끈다.

함께 문을 연 포르타 메트로니아 역에서는 2세기에 지어진 대규모 군사 단지와 프레스코화, 모자이크로 장식된 주거 공간 유적이 발굴됐다. 로마시는 이 유적을 역사 내부에 복원해 지하철 이용객들이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역에 전시된 유물은 별도의 입장권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이 지하철역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라며 “고대 유물을 보기 위해 일부러 지하철을 타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통한 두 역은 모두 로마 지하철 C노선에 속한다. C노선은 당초 2000년까지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과 성 베드로 대성당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공사 과정에서 잇따라 유적이 발견되며 일정이 거듭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 인근의 바티칸 역을 건설할 때까지 최소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으로 불리는 로마는 세계에서 지하철 건설이 가장 까다로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유적 발굴과 공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로마 도심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공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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