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1구역 시공사 경쟁 치열… 이주비부터 확정금리까지 ”조합원 금융부담을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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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이 사업설명회에서 조합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HDC현산이 사업설명회에서 조합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서울 중심부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경쟁 열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단순한 브랜드 선호나 감성보다, 제안서에 담긴 수치와 조건을 꼼꼼히 비교하며 판단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번 사업은 총 공사비 약 1조 원 규모로 오는 6월 말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사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 금융 부담 완화를 강조하며 모든 사업비 항목에 대해 CD(양도성 예금증서) 기준의 가산금리를 명시한 확정금리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입찰보증금 1000억 원(CD+0%), 필요사업비 1000억 원(CD+0.7%), 이주비 및 사업촉진비 1조5000억 원(CD+0.85%, LTV 160%) 등이다. 이와 함께 1금융권 5곳과 협약을 체결해 실제 집행 가능한 수준의 금융안을 제시했다.

HDC현산은 가구당 최소 20억 원의 이주비, LTV 150%, CD+0.1% 고정금리를 제안하며 맞섰다. 사업촉진비 보증 규모는 1조3200억 원이다. 이주비에서는 HDC현산이 우위에 있는것 처럼 보이지만 포스코이앤씨는 더 높은 대출인정비율과 보증 규모를 내세웠다. 두 회사 모두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며 조합원 설득에 나선 모습이다.

조합원들이 특히 주목하는 요소는 ‘한강 조망권’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총 513가구에 조망을 보장하며 욕실과 다이닝 공간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108가구에 4면 개방형 평면을 적용했고 모든 84㎡ 이상 세대에는 조망형 테라스를 제시했다. 반면 HDC현산은 600가구에 2면 한강 조망을 제공하며 욕실에서 조망 가능한 가구 수도 444가구로 확대했다. 전 조합원이 직접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 ‘조망 특화 설계’를 앞세웠다.

HDC현산 더라인330 홍보관에 조성된 전용면적 132㎡ 안방.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HDC현산 더라인330 홍보관에 조성된 전용면적 132㎡ 안방.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설계 및 외장재 사양도 경쟁 요소다. HDC현산은 독일 레하우 창호, 이탈리아 에르네스토메다 주방가구, 이탈리아 플로림 타일 등 수입 마감재를 대거 적용했다. 특히 HDC는 100% 조합원에게 욕실 한강뷰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독일 명품 창호 브랜드 슈코의 2분할 와이드 프레임 시스템으로 한강 조망과 차광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설계를 제시했다. 주방에는 이탈리아 데노보쿠치네, 마루는 ‘리스토네 조르다노’ 제품을 적용했다고 한다. 외관과 조경에도 차별화를 꾀해 연통이 없는 지역난방 구조와 지상 녹지율 50% 이상 설계를 내세우며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실질적 주거 품질을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홍보관에 조성된 전용면적 162㎡형 거실과 테라스 유니트.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홍보관에 조성된 전용면적 162㎡형 거실과 테라스 유니트.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홍보관의 분위기와 운영 방식에서도 두 회사는 극명히 갈린다. 두 홍보관은 사업지 주변 건물 4층(포스코이앤씨)과 5층(HDC현산)에서 각각 운영 중이다. HDC현산은 실내 조명의 조도를 낮추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스태프를 배치해 고급 호텔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포스코이앤씨는 밝은 흰색과 파란색 인테리어에 1대1 응대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현산은 고급 호텔, 포스코는 친절한 은행 상담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다.

공사비 항목의 해석 차이도 논란이 됐다. 조합이 공개한 입찰 제안서 비교표에 따르면 총 공사비는 포스코이앤씨가 9099억 원, HDC현산이 9244억 원으로 포스코 측이 145억 원 낮다. 세부적으로는 포스코이앤씨의 순공사비가 8292억 원, HDC현산은 9130억 원이다. 순공사비가 많으면 현장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자재·노무비·경비 등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의 경우 일반적으로 제경비에 포함되는 일부 항목(일반관리비 등)을 순공사비로 편입해 수치상 부풀려 보이는 착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공사비 총괄 내역서를 기준으로 동일 항목으로 재산정할 경우 HDC현산의 순공사비는 약 8614억 원(3.3㎡당 800만 원), 포스코이앤씨는 8292억 원(3.3㎡당 815만 원)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순공사비 기준으로는 포스코이앤씨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포스코 측은 “공사비 항목을 엄격히 분류한 결과이며 실질 투입 예산은 오히려 더 크다”고 반박했다. 일반관리비도 HDC현산은 포스코의 약 3분의 1 수준만 제시해 수익보다는 사업 참여에 집중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동시에 총 집행 예산은 적게 보이도록 구성됐다는 반론도 있다.

설계 측면에서도 논쟁은 이어졌다. 양사 모두 ‘스카이브릿지’를 제안했지만 위치와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HDC현산 ‘더라인330’ 홍보관 입구에 설치된 단지 모형 조형물.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HDC현산 ‘더라인330’ 홍보관 입구에 설치된 단지 모형 조형물.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HDC현산이 제안한 스카이브릿지는 단지의 상징성과 커뮤니티 가치를 극대화한 설계로 고급화를 지향하는 조합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구조다. 도로 상부를 활용한 연결형 구조로 한정된 부지의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고 블록 간 단절을 해소하는 기능적 장점이 있다. 스카이브릿지 상층에는 조망형 커뮤니티 라운지, 스카이카페, 피트니스 시설 등을 배치해 입주민 전용의 프라이빗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한강 조망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 고급 커뮤니티 자산으로서 포스코와는 다른 방향의 고급화를 추구했다는 분석이다. 현산 측은 도로 위 설치에 따른 행정 리스크에 대해서도 충분한 사전 협의와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HDC현산은 도로 위 공간에 스카이브릿지를 설치하는 방식을 제시했는데 이 경우 서울시로부터 공공용지 사용에 대한 행정적 압박이나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포스코이앤씨는 스카이브릿지를 자사 부지 내에 프라이빗하게 조성하는 설계를 제안해 향후 외부 민원이나 행정 제약 가능성이 없고 구조적 안정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전략 역시 차이를 보인다.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파크원, 해운대 엘시티, 송도 국제업무지구 등의 초대형 복합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건축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도시경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의 브랜드명은 ‘오티에르(OTIER)’로 단지 정체성을 담았다. HDC현산은 용산역 지하공간 개발과 연계해 장기적인 개발 시너지를 강조하고 ‘파크하얏트’ 호텔을 유치해 글로벌 숙박·업무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브랜드명은 ‘더라인330’으로, 정비창과 한강을 연결하는 축을 상징한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하얏트 측의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시공사는 땅 주인이 아니므로 계획에 일방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홍보관에서 조합원이 모형을 보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홍보관에서 조합원이 모형을 보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한편 이번 시공사 선정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면1구역’이 전체 용산정비창 개발의 서막이라는 점이다. 용산정비창 일대는 총 약 8000세대 규모로 개발될 예정이며 이번 1구역은 1108세대로 구성된다. 나머지 전면2·3구역과 후면구역 등이 향후 순차적으로 개발되며 수주에 성공한 시공사는 추가 구역에 대한 우선협상 지위를 기대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사업설명회에서 조합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포스코이앤씨가 사업설명회에서 조합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단순한 브랜드 싸움이 아니라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설계와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조합원들도 점점 수치와 조건 중심으로 판단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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