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테네 정치인 알키비아데스는 가짜뉴스로 인생의 항로가 바뀐 역사적 인물이었다.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이던 기원전 415년 무렵, 원정대 출발을 앞두고 아테네인이 신성시하는 헤르메스 신상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의 정적들은 “알키비아데스가 신성모독에 연루됐다”는 소문을 퍼뜨렸고 심지어 법정에 기소했다. 정치 생명이 끝장나고 처형까지 예상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알키비아데스는 스파르타로 망명한다.
양승목 지음, 김영사 펴냄, 1만3500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이 사례를 두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지어내는 존재”라고 말한다. 가짜뉴스는 인간의 본성이며, 그 역사는 수천 년을 넘나든다는 의미다.
이는 오늘도 다르지 않다. 디지털 시대엔 ‘거짓 연결’이 더 신손·정교해졌고 근거 없는 믿음은 ‘악마의 편집’을 거쳐 사실처럼 호도된다. 책은 팩트체커라는 말이 언론계에 등장한 때가 최근이 아닌 1920년대라든가, 허위 정보에 반복 노출되면 그것을 믿게 되는 인간 심리 등의 주제를 깊이 들여다본다. “SNS가 고속도로라면 인공지능은 생산 공장이다”라는 경고는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