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청소 돕는 '로봇 집사' 시대…"올해가 상용화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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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로봇 밸리 내 전시장에서 아스트리봇의 휴머노이드가 차를 따르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 선전 로봇 밸리 내 전시장에서 아스트리봇의 휴머노이드가 차를 따르는 모습. 연합뉴스

18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완성차는 인간의 삶을 한 단계 더 윤택하게 만든 ‘세기의 발명품’으로 꼽힌다. 인류는 또 한 번의 이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것이다. 각국을 대표하는 로봇들은 연초 ‘CES 2026’에서 눈에 띄게 발전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최근 중국에서는 가정에 실제 배치된 로봇 제품도 등장했다.

◇로봇 ‘원년’…380조원 시장 열린다

요리·청소 돕는 '로봇 집사' 시대…"올해가 상용화 원년"

5일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오는 2035년 2575억달러(약 38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531억달러(약 78조원)에서 연평균 17.6%씩 커진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연초에 20억~30억달러 수준인 휴머노이드 시장이 오는 2035년까지 최대 2000억달러(약 295조원)까지 몸집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이 나온 건 인공지능(AI)의 역할이 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봇은 인간이 프로그래밍(입력)한 논리대로 동작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맞춰 움직임을 설계할 수 없었다.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학습(딥러닝)하는 게 가능해졌다. 스스로 다음 동작을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드웨어의 발전도 있었다. 바클레이스 리서치에 따르면 액추에이터(모터) 기술 및 배터리 시스템의 발전으로 지난 10년간 생산 비용이 3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가벼운 몸집으로 더 오래 작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중국 애지봇의 X2 등 CES 2026에서 보여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는 올해를 로봇 시장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피지컬 AI의 본격화로 양산형 모델이 공장과 가정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상업화 스타트 끊은 中

최근 중국 로봇 기업 유닉스AI는 세계 최초로 가정용 로봇의 실전 배치에 성공했다. 두 다리 대신 네 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팬서’는 침대 정리, 식사 준비, 청소 등 다양한 집안일을 스스로 수행한다. 1회 충전으로 최대 16시간 움직일 수 있다. 지게차처럼 리프트를 사용해 상하 움직임을 제어한다. 일반적인 휴머노이드의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가정용 로봇 상용화의 시작을 알리는 유의미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오프라인 매장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우한에 7S 휴머노이드 매장이 문을 열었다. 7S는 판매(Sale), 부품(Spare parts), 서비스(Service), 조사(Survey) 등 4S에 솔루션(Solution), 쇼(Show), 학교(School) 기능을 더한 개념이다. 고객에게 적합한 로봇을 추천하는 것부터 사용법 교육, 사후관리(AS) 등 다양한 판매·마케팅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구입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세계 최초의 로봇 매장은 지난해 7월 중국 선전에서 개점한 6S 매장이다. 4S 기능에 제품 임대(Share), 주문 제작(Special order) 기능을 더했다. 한국에서도 올해 초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10만~5000만원대 로봇 14종을 만나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인간 학습’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사를 100%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최신 기술력이 집안일의 약 12%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진단했다.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성공률이 89.4%에 달한다. 실제 가정환경은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아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로봇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는 휴머노이드 데이터 교육 센터가 있다. 1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200명의 사람이 훈련하는 곳이다. 캐비닛에서 약병을 꺼내거나 사무실에서 서류를 넘기는 등 일상적인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 장애물을 놓거나 조명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며 교육 난도를 높인다.

인도, 필리핀, 브라질 등에서는 로봇을 위한 교육 데이터를 만드는 ‘긱워커’(초단기 노동자)도 등장했다. 미국 데이터 수집 업체 마이크로1(Micro1)은 수천 명의 긱노동자를 고용해 인간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변환하고 있다. 머리에 스마트폰을 매단 채 집안일을 하고 그 대가로 시간당 15달러가량을 받는다. 조립, 배달 등 직원의 업무 과정을 데이터로 바꾸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인간은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매 순간 균형을 새로 잡고 힘을 놨다 뺐다 반복하면서 동작을 바꾼다.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다. 방대한 양의 인간 데이터를 수집한 뒤 AI 딥러닝을 활용해 휴머노이드를 조작하겠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목표이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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