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가회동의 민속 문화재 휘겸재. 홍콩 국가대표 올림픽 수영 선수 출신이자 정신건강 자선단체 ‘마인드홍콩’ 창립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베트 콩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리아 시먼스 호주 KAAIAA 홀리스틱 웰니스 프로그램 창립자, 올해 넷플릭스 프로그램 ‘피지컬100 시즌 2’ 우승자인 크로스핏 선수 아모띠(본명 김재홍)가 한자리에 모였다.
110년 역사의 한옥에 자리한 무대에 오른 이들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이 전개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티가 100만 분간 함께 운동하는 ‘Together We Grow(함께 더 큰 성장을 이뤄요)’에서 나만의 웰빙에 이르는 방법을 공유했다. 아시아 지역 룰루레몬 앰배서더 30여 명도 휘겸재를 찾았다.
콩 교수는 홍콩에서 나고 자라며 수영 선수로서 어려웠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사람 대부분은 고통 없이 얻는 게 없으며 치열한 경쟁에서 사는 게 일상이고, 10대 때 항상 이겨야만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 국가대표로 출전한 후 그는 육체보다 정신건강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그는 룰루레몬의 글로벌 웰빙 리포트를 인용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외롭고(전체 남성의 63%), M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웰빙 압박에 시달린다(70%)”며 “소음(Noise)과 내 목소리(Voice)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생이란 끊임없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에요. 소음을 줄이고 내 목소리를 높이는 데 집중하세요. 그리고 혹시 나를 소란하게 하고 있는 SNS를 점검해 보세요. 우리가 SNS를 소비하는 것인지, SNS가 우리를 장악하는 것인지를요.”
팝 뮤지션이자 DJ로 활동하다가 웰니스 프로그램을 만든 시먼스는 “웰빙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건 가장 쉬운 일이다. 일상에서 잠깐씩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고,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웰빙이란 산 정상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작은 고개를 조금씩 넘어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매일 작은 파도를 무사히 넘긴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 진정한 웰빙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일주일에 한 번 거창하게 몇 시간 운동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잘 사는 건 오늘 하루에 달렸습니다. 20분 명상보다 5분의 심호흡이, 땀을 뻘뻘 흘리는 거창한 운동보다 10분이라도 몸에 에너지를 채우는 스트레칭이 훨씬 더 웰빙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날 세션을 진행한 지안 파블리코 룰루레몬 브랜드 상품담당은 대담을 마친 뒤 청중석에 있는 30여 명과 5분 명상을 했다. 다 같이 눈을 감고 주변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 방금 든 생각 등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연습을 했다. 세션 참가자들은 “당신의 웰빙이 타인의 웰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할 때 긍정의 에너지가 더 크게 분출되고 전달된다는 이야기였다. 룰루레몬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기념해 11일부터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광장에에서 요가와 트레이닝 세션 등을 열었다.
최강 크로스핏 선수가 번아웃 극복한 비결 "사소한 루틴 지키세요"
'피지컬100 우승자' 아모띠
가장 완벽한 체력을 지닌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경쟁 프로그램 넷플릭스 ‘피지컬 100’. 지난 4월 종영한 시즌2 우승자는 ‘아모띠’(본명 김재홍·32·사진)였다. 유튜버이자 크로스핏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재활 과정을 통해 선수로 복귀하며 유명해졌다. 방송에서도 극강의 정신력과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주며 ‘티타늄 멘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 룰루레몬 ‘Together We Grow(함께 더 큰 성장을 이뤄요)’ 앰배서더로 위촉된 그는 11일 아시아 지역 미디어와 청중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해병대 수색대에서 복무하던 중 우연히 해군특수부대(UDT)를 접하고 제대 후 크로스핏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운동하면서 서로 동기부여를 받고 에너지를 얻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2021년 초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10시간이 넘는 발목 골절 수술을 받았다. ‘앞으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재활을 통해 부상을 이겨내고 피지컬 100 시즌2에 도전했다. 세계 최고의 크로스핏 선수를 꿈꾸다 좌절했지만 슬럼프 이후 그는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고 했다.
“슬럼프 이전까진 즐기면서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최고가 돼야지, 더 잘해야지 하는 강박에 시달렸다고 할까요. 이젠 감정 표현도 더 자주 하는 편이고, 운동도 재밌게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하루 2~3회, 한 번에 서너 시간씩 운동하는 그에게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을 물었다. “저는 철저한 루틴에 답이 있었어요.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먹고, 같은 시간에 운동하는 것이죠. 사소한 일처럼 보이는 이 루틴을 지키다보니 자연스럽게 번아웃도 극복된 것 같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