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왕비의 침전인 경복궁 교태전에 그려져 있던 부벽화를 똑같이 그린 그림(모사도)이 19일부터 일반에 한시적으로 공개한다고 국가유산청이 18일 밝혔다.
19일부터 30일까지 한시 개방하는 경복궁 교태전 대청. (사진=국가유산청) |
이번에 공개하는 부벽화 모사도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체결한 ‘문화유산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업무협약(MOU)’의 일환이다.
경복궁 교태전에는 화조도, 원후반도도 등 두 점의 부벽화가 있었다. 부벽화는 비단이나 종이에 그린 다음 벽에 부착하는 방식의 벽화다. 진품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국가유산청이 구찌와 협업해 제작해 공개하는 그림 두 점은 진품과 똑같이 그린 것이다. 제작은 단계별로 관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으며 바탕이 되는 종이와 안료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교태전 부벽화를 과학적으로 조사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해 제작했다. 또한 국가유산수리기능자 모사공이 참여해 원본 유물에 유실된 부분은 임의 복원하지 않고 현재 상태대로 최대한 똑같이 그려내는 현상모사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와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협력해 제작한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 모사도(화조도). (사진=국가유산청) |
조선총독부박물관 기록에 따르면 화조도와 원후반도도는 본래 경복궁 교태전의 벽면에 붙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암수가 한 쌍을 이루는 앵무새의 다정한 모습(화조도)과 어미 원숭이를 중심으로 새끼들이 모인 화목한 모습(원후반도도)에서 교태전에 머물렀던 왕비의 해로(偕老)와 모성애를 떠올리게 한다.
이 그림들은 1917년 창덕궁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 복구를 위해 교태전이 훼철되며 본래의 자리를 떠나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이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조선총독부 소관 유물과 자료를 이관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해오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모사도 한시 공개를 위해 평소 내부 공개를 하지 않는 교태전의 대청을 19일부터 30일까지 총 11일간만 한시 개방한다. 개방 기간 중 경복궁 휴궁일(12월 24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누구나 별도 사전 신청 없이 교태전 대청에 올라 부벽화를 관람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와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협력해 제작한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 모사도(원후반도도). (사진=국가유산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