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망했다? 그러다 한 번쯤으로 시작한 여행…그 결말은[여책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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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어떤 의미일까요. 두 번 이상은 없이 한 번 정도면 족하다가 적절한 설명일 듯 한데요. 생각을 좀 더 확장해 볼까요. 무언 가를 경험해보고 한 번만으로 아쉬울 수 있습니다. 대개 그럴 텐데요. 그럴 때 두 번, 세 번 해보자가 한 번쯤이란 말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요.

​무릇 어떤 일이든 한 번에 다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 번쯤 이상을 해보는 것이 훨씬 낫겠죠. 다만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인 만큼 한 번쯤으로 물꼬를 트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MoMA / 사진 = 픽사베이

MoMA / 사진 = 픽사베이

moma / 사진 = 픽사베이

직업이 예술여행기획인 사람이 있습니다. 온갖 예술성 있는 곳은 두루 살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특히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저자가 ‘한 번쯤, 뮤지엄’이란 책으로 보다 친근하게 예술 세계로 안내합니다. 지난 해 책 ‘우리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지’로 유명세를 탄 두 사람, 허휘수 서솔이 ‘우리 발걸음은 어디로든 끝이 없지’란 주제로 ‘완전 (망)한 여행’이란 의미심장한 책을 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요. 갈수록 하늘이 높아지는 이때, 여책저책은 이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한 번쯤, 뮤지엄
박소영 | 도서출판 산하

사진 = 도서출판 산하

사진 = 도서출판 산하

높게만 느껴지는 예술의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예술이 선사하는 힘으로 치유하도록 안내하고 도와주는 가이드. 저자 박소영은 그런 사람이다. 그가 최근 ‘한 번쯤, 뮤지엄’을 세상에 내놨다. 숨은 보석 같은 박물관을 꾸준히 대중에게 알리는 것을 넘어 아예 책으로 출간까지 했다.

​전 세계 박믈관을 두루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고, 하나투어와 예술여행기획을 하고, 수많은 기업과 관공서, 도서관에 출강하는 저자는 책을 위해 현재 가장 뜨거운 예술시장을 가진 나라 미국을 선택했다. 특히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박물관 26곳을 직접 다녀와 현대미술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사진 = 도서출판 산하

사진 = 도서출판 산하

​미국이 예술시장으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단연 압도적인 자본력이다. 제임스 터렐, 앤디 워홀, 에드워드 호퍼, 제프 쿤스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렌초 피아노, 다니구치 요시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유수의 건축가들이 설계한 개성 있는 박물관이 미국 전역에 위치한다.

​미국의 예술 컬렉션은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박물관 대부분이 설립자의 수백, 수천 점의 사적 컬렉션과 후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예술을 향한 지대한 관심과 영향력을 동시에 가진 나라이다.

​박 작가는 ‘미술’ 하면 유럽을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아쉽다고도 했다. 예술시장의 중심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바뀐 지 오래이고, 가장 비싼 현대 작품을 비롯해 다수의 유명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 역시 미국이라는 것이다.

사진 = 도서출판 산하

사진 = 도서출판 산하

​책은 박물관 탄생 이야기부터 대표 작품에 대한 설명까지 담았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사진도 함께 실었다. 좀 더 실감나게 감상하고 싶은 이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작품 설명 옆에 QR코드를 달아 책에 실린 사진 외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책은 총 6장으로 꾸렸다.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이고, 박물관 숍에 가장 먼저 들려야 할 이유나 작품은 어디에서 바라보아야 가장 좋은지 등을 1장에 모았다. 2장부터는 미국 내 다섯 지역에서 엄선해 꼽은 박물관을 담았다. 첫 번째 지역인 뉴욕에서는 상징과도 같은 MOMA를 비롯해 BTS의 멤버 RM이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으로도 유명한 디아 비컨 등을 다뤘다.

사진 = 도서출판 산하

사진 = 도서출판 산하

​3장에선 필라델피아의 여러 박물관으로 간다. 마치 오래된 유적지에 방문한 듯한 장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필라델피아 박물관에선 뒤샹의 유작을 비롯해 모네의 ‘대수욕도’(1900-1906) 등을 대표작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예술과 건축, 자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박물관이 궁금하다면 4장 워싱턴D.C.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유일하게 소장한 내셔널 갤러리와 라트비아의 가난한 이민자였던 조셉 허시혼이 성공 끝에 세운 허시혼 박물관이 그려진다.

​5장에서 저자가 꼽은 휴스턴의 대표 박물관은 메닐 컬렉션과 로스코 채플, 그리고 휴스턴 박물관이다. 6장 로스앤젤레스 편에서는 벌집 모양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가진 더 브로드 박물관, 렘브란트의 ‘마르텐 루텐 초상화’(1632) 등을 볼 수 있는 게티 센터 등이 꼽혔다. 미술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현재 예술시장의 중심은 어디인지 또 어떤 작가들이 잘나가는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한 번쯤, 뮤지엄’을 읽어보길 바란다.

완전 (망)한 여행
허휘수·서솔 | 상상출판

사진 = 상상출판

사진 = 상상출판

​어릴 적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저자 허휘수는 대학에서는 나노물리학, 대학원에서는 프랑스 문화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대학 동아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해 현재는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화가, 피아니스트, 외교관, 사진작가 등 학창시절 매년 다른 장래희망을 써내다가 대학에서는 영화 촬영을 전공한 저자 서솔은 문화 관련 대학원을 한 학기 만에 중퇴한 뒤 비디오 아트에 매료돼 공연 영상을 만들거나 디자인 작품을 만들고 있다.

​묘하게 닮은 두 사람은 ‘김은하와 허휘수’라는 구독자 16만여 명의 유튜브를 운영하며 각자 에세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와 ‘따님이 기가 세요’ 등도 집필했다. 최근 두 사람이 예술에 대한 고뇌를 잠시 벗어 던지고 ‘여행’이란 대주제로 뭉쳤다. 그래서 탄생한 책이 ‘완전 (망)한 여행’.

사진 = 상상출판

사진 = 상상출판

​완벽한 날씨와 완벽한 풍경 안에서 완벽히 잘 맞는 동행인과 탄탄대로 흘러가는 여행이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미리 짜둔 일정이 차질 없이 이어지고, 그 끝에 여행 전부터 계획했던 깨달음을 온전히 느끼고 오는 게 정말 가능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실제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들이다. 여행 메이트와의 갈등, 최악의 컨디션으로 떠난 자전거 국토 종주, 패키지여행의 무례한 가이드, 베트남 호찌민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망쳐 나온 일 등 어쩌면 내 일이 아니었을까 싶은 에피소드가 두 사람의 찰진 글로 거듭났다.

사진 = 상상출판

사진 = 상상출판

​사실 낯선 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 예상대로 흘러가기보다 무언가 자꾸 걸리는 일이 생기고, 기대한 것과 다른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 속에서는 동행인과 마찰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 여행은 기억 속에서 삭제해 버리고 싶은 순간들로만 남지는 않는다. 오히려 돌이켜 봤을 때 왠지 더 오랫동안 남아서 떠올릴 때마다 웃음을 자아내기도, 반성과 성찰 끝에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두 사람은 바로 그 순간에 집중했다. 그저 떠나보고 싶어서 시작한 여행이 완전히 망해버림으로써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속에서 진짜 떠나온 이유를 깨달았다. 도망치듯 떠나와 여행을 통해 막연하게 모든 것을 치유하고자 했지만 처음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것. 하지만 여행지에서 예기치 못하게 만나게 된 이들로부터 작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적막한 방에 누워 스스로의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한다.

사진 = 상상출판

사진 = 상상출판

​저자들 역시 처음에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여행을 떠나왔으니 하나라도 더 보고, 뜻깊은 의미를 배워가야 한다는 강박에 몸이 아프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던 자유로운 배낭여행자의 모습에 맞추어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얼마간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이내 오토바이가 쌩쌩 지나가는 거대한 도로를 건너듯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찬찬히 걸음을 내딛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 기억을 톺아보며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깨닫는다. 엄마와의 갈등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게 됐을 때가 아닌,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해소할 수 있었다. 무례한 패키지여행 가이드는 결국 마지막 날까지 무례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그 여행이 선물이 됐다. 그래서 저자들은 ‘그거면 됐다’고 말한다. 망쳤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그렇다면 모든 망한 여행은 사실 완전한 여행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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