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홍콩 등지에서 확산하면서 항공사가 일본 노선 일부를 줄이는 등 관광 산업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홍콩 SNS를 통해 소식이 퍼져나가는 중이다.
26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지난 24일 밤 방재 관련 정보를 전하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 과학적 지식으로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내각부 담당자는 "몇 개의 유언비어라고 할 수 있는 예언을 고려한 것"이라고 아사히에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유명한 홍콩 풍수사와 일본 만화가의 지진 예언 등이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문 근거 중 하나가 2021년 간행된 다쓰키 료의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이다. 이 만화에는 "진정한 대재난이 2025년 7월에 온다"는 내용이 있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따르면 이 책은 9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일본 정부가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진 예언에 대응한 이유는 소문 확산이 일본 여행 수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콩 그레이터베이항공은 내달 중순부터 홍콩과 일본 센다이, 도쿠시마를 각각 잇는 항공편을 일부 감편하기로 했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3월 하순∼4월에 해당 노선 탑승률이 80% 정도는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40%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센다이시가 속한 광역지자체인 미야기현의 무라이 요시히로 지사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비과학적 소문이 SNS에서 퍼져 관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레이터베이항공이 홍콩-나리타, 홍콩-간사이 구간을 감편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정부관광국 관계자는 "(홍콩 등지에서) 일본 방문 취소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도 일부 있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