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구가 어때서?' 확 달라진 2030…순식간에 500억 터졌다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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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귀멸의 칼날 콜라보 카페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귀멸의 칼날 콜라보 카페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최모 씨(30)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성편' 개봉 날에 맞춰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최씨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안 봤는데 주변에서 '귀멸의 칼날' 이야기를 많이 해서 남자친구와 같이 보기 시작했다"며 "개봉 전날까지 나도 모르게 밀린 회차를 다 보고있더라"라고 말했다.

'오타쿠' 문화로 통하던 일본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이 2030 세대 사이에서 대중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영화 귀멸의 칼날:무한성편'은 관객 500만명 돌파는 물론 지난 1일 기준 매출액 545억3900만원을 기록했다. 'F1 더 무비'(544억원), '좀비딸'(530억원)을 제치고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넷플 구독자 중 1억3000만 가구 매달 애니 시청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헌터스 페스티벌에서 방문객들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 수록곡 '골든'을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헌터스 페스티벌에서 방문객들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 수록곡 '골든'을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니메이션 영화뿐만이 아니다. 2030세대는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뉴엔AI의 인공지능(AI) 기반 빅테이터 분석 서비스 퀘타아이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언급량은 2022년 4분기 28만건에서 올해 2분기 39만건으로 약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긍정평가도 83% 증가했다. 특히 오타쿠 연관 키워드도 2022년 당시 '수상하다', '무례하다', '일 하지 않다' 등이 다수 언급된 것에 반해 올해는 '느낌 좋다', '재미있다', '트렌디하다' 등의 키워드가 대부분 집계됐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전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라프텔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도 늘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라프텔 MAU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71만~85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 7월부터 MAU 101만명대를 유지 중이다.

애니메이션 트렌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넷플릭스 구독자 중 1억3000만 가구가 매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만 해도 넷플릭스 역사상 최대 시청 기록을 세웠다. 케데헌은 지난달 14일 기준 넷플릭스 최초로 누적 시청 수 3억뷰를 돌파했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산업도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애니메이션 산업은 2021년 3724억4000달러(약 522조1981억원)에서 2030년까지 5871억달러(약 823조1729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는 OTT가 애니메이션 IP 대중화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OTT로 애니메이션 접근성이 기존보다 확대된 동시에 개인화된 작품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청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성민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애니메이션 해외 수출이 넷플릭스 협업 이후 급히 증가했다. 애니메이션 흥행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라며 "애니메이션 작품 자체도 '원나블'(원피스·나루토·블리치) 세대 이후 '귀주톱'(귀멸의칼날·주술회전·체인소맨)으로 재편되면서 보편적인 작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애니메이션은 2030 세대에게 힙함을 넘어 대중문화 초입으로 들어섰다"고 부연했다.

국내 게임업계, 애니IP 등에 업고 신작 준비

크림슨 인페르노'를 출품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TGS 현장에 설치된 컴투스 현장 부스. 사진=뉴스1

컴투스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TGS)에 신작 '도원암귀:크림슨 인페르노'를 출품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TGS 현장에 설치된 컴투스 현장 부스. 사진=뉴스1

애니메이션 IP 인기는 국내 게임 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라프텔과 콘텐츠 유통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임원기 엔씨소프트 최고사업관리책임자(CBMO)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주 이용자층이 맞닿아 있는 문화 콘텐츠로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엔씨패밀리존(PC방)이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문화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게임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해 만든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글로벌 사전등록을 진행 중이다. 자회사인 블록체인 전문 회사 마브렉스를 통해서도 일곱 개의 대죄 NFT 프로젝트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NHN은 '최애의 아이' IP를 기반으로 한 퍼즐게임 '최애의 아이 퍼즐 스타'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최애의 아이 IP 기반으로 제작되는 첫 공식 게임이다.

컴투스는 현재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도원암귀' IP를 기반으로 RPG 장르 신작을 개발 중이다.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로 컴투스는 일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 2025에서 해당 신작 단독 부스를 운영했다. 애니메이션 IP와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애니메이션 '괴수 8호' IP와 콜라보를 진행해 게임 이용자들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애니메이션 팬층을 게임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애니메이션 IP는 게임과 뗄 수 없다"며 "오리지널 IP는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하지만 애니메이션 IP는 확실한 팬층이 있어 게임사 입장에서는 전략적인 좋은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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