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없는 ‘특별한 뮤지컬’… 배우들이 직접 16개 악기 연주

4 hours ago 4

악기, 뮤지컬 ‘원스’ 또 다른 주인공
헤드 낮고 바퀴 달린 피아노에, 카혼-만돌린-아코디언-밴조까지
‘악기 테크니션’ 이색 포지션
배우들 퇴장 때마다 악기 튜닝 등… 무대 뒤서 ‘컨디션 관리’ 막중 임무

뮤지컬 ‘원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악기다. 오케스트라 없이 모든 배우가 직접 악기를 연주한다. 이국적인 감성을 자랑하는 만돌린, 바퀴 달린 피아노, 상자 모양의 타악기 카혼 등 다채로운 악기들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원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악기다. 오케스트라 없이 모든 배우가 직접 악기를 연주한다. 이국적인 감성을 자랑하는 만돌린, 바퀴 달린 피아노, 상자 모양의 타악기 카혼 등 다채로운 악기들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당신은 청소기 고쳐주고 난 음악으로 돈 내요. 도장 꾹?”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원스’는 2007년 개봉했던 원작 영화 덕에 팬층이 무척 두꺼운 작품이다. 길에서 기타 소리에 반해 이뤄지는 러브스토리는 당시 미국 아카데미 주제곡상을 받았던 ‘폴링 슬롤리(Falling Slowly)’로 더욱 마음 깊이 새겨졌다.

하지만 뮤지컬 원스를 보면 사랑에 빠진 남녀 외에도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바로 ‘악기’다.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는 보통 뮤지컬과 달리, 원스는 배우 전원이 직접 악기를 연주한다. 피아노나 기타부터 만돌린, 아코디언, 카혼까지 모두 16개의 악기가 무대에서 연주된다. 다채로운 악기의 매력과 이를 음미할 보물 같은 노래를 중심으로 작품을 살펴봤다.

● 만돌린의 아이리시 감성

‘악기 테크니션’ 이중민

‘악기 테크니션’ 이중민
원스에는 다른 뮤지컬에선 보기 힘든 역할이 하나 있다. ‘악기 테크니션’이란 포지션이다. 한마디로 공연에 쓰이는 악기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원스에서 악기 테크니션을 맡고 있는 건 기타리스트 이중민 씨(35)다.

6일 공연장에서 만난 이 씨는 “기타 줄이 끊어지는 등 아슬한 상황에도 침착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가 악기를 들고 퇴장할 때마다 튜닝 또는 악기를 교체해 주는 것도 그의 일이다.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며 꿈을 포기한 기타리스트 ‘가이(Guy)’와 딸을 부양하기 위해 꽃을 파는 체코 이민자 ‘걸(Girl)’이 주인공. 기타리스트가 주역이다 보니 작품엔 만돌린과 밴조, 우쿨렐레 등 수많은 기타류가 등장한다. 특히 만돌린은 맑고 카랑카랑한 소리로 무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가이가 걸의 식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나오는 노래 ‘엘 파다 파다(Ej Pada Pada)’에서 걸의 친구 ‘스벡’이 연주하는 소리가 일품이다. 이국적이고 흥겨운 음색은 관객을 곧장 아일랜드 펍으로 안내한다. 이 씨는 “아일랜드 하면 바로 떠오르는 매력적인 느낌을 만돌린이 잘 구현한 노래”라고 했다.

● 첼로와 바이올린의 구슬픈 협연

피아노도 특별한 역할을 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피아노는 배우들이 서로 눈 맞추며 노래 부르는 장면을 위해 헤드를 낮게 주문해 제작했다. 공연 중에 자유자재로 무대 위를 누빌 수 있도록 바퀴도 달았다. 가이의 기타와 어우러지는 ‘Falling slowly’는 물론이고, 걸의 솔로 넘버 ‘더 힐(The hill)’에서도 피아노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이끌어 간다. “언덕 길을 걸으며 떠난 널 생각해.” 피아노 선율은 엇갈리는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토해낸다.

무대 위 뜨거운 조명을 받으면 튜닝이 풀리는 등 예민하기 그지없는 ‘현악기’들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가이가 걸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뒤 부르는 ‘슬리핑(Sleeping)’ 도입부에선 첼로와 바이올린의 협연이 펼쳐진다. 이 씨는 “홀로 남아 바다를 보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이라며 “악기 소리에 집중하면 노래가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색적인 악기들도 눈길을 끈다. 상자 모양의 타악기 ‘카혼’이 대표적이다. 드럼이 많이 활용되는 곡인 ‘웬 유어 마인즈 메이드 업(When Your Mind‘s Made Up)’에선 ‘4분의 5박자’로 진행되는 독특한 리듬이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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