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상장 후 처음으로 공모가를 밑돌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침체 우려와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오후 1시30분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1만4000원(4.56%) 내린 29만3000원을 기록 중이다. 주가는 장중 한때 29만25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2022년 1월27일 상장 당시 공모가였던 30만원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상장 당시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고경쟁률(2223대 1)과 최대 주문 규모(1경5203조원)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지만, 장중 59만8000원까지 오르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22년 11월에는 주가가 62만9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줄곧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를 지키며 LG그룹의 '맏형'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이날 주가 하락으로 시총 3위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줬다.
최근의 주가 부진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가 없었으면 적자였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 초반 수준으로, 기대(20% 중반 성장)를 밑돌 것"이라며 "북미 시장은 30% 중반에서 20% 초반 수준으로 변화 폭이 가장 클 것이고 유럽 역시 20% 초반에서 10% 중반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규 공장 확장 속도를 조절하고, 증설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등 과잉투자를 방지할 것"이라며 "필수적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분기 올해 설비투자(CAPEX) 목표를 10조원에서 하향 조정하겠다고 한 것의 연장선이다. 북미·한국·중국·폴란드에서 진행되는 증설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게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2차전지 업체들은 최근 계속되는 적자에 자금난을 겪으면서 현금 확보에 몰두하고 있을 정도로 재무적 어려움에 빠져있다.
앞서 삼성SDI가 지난 3월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1조1000억원 규모의 증자 단행을 발표했다. SK온은 이미 지난해 10~11월에 걸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금양은 4500억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밝혔다가 올 1월 철회하는 바람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뒤 현재는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려있다.
그나마 실적을 뒷받침해주던 미 세액공제가 암초를 만난 것도 투심을 꺾는 요인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원장인 제이슨 스미스 의원(공화당)이 IRA에 따른 세액공제 폐지를 담은 세제 개편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기차 구매시 최대 7500달러를 공제해주던 세제혜택이 올해 대부분 끝나게 된다. 2010~2025년 누적 판매가 20만대 미만인 제조사의 전기차에만 내년까지 혜택이 유지된다. IRA 세제혜택 종료 시점이 기존 2032년에서 6~7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2024년에 걸쳐 총 2조원대의 AMPC 혜택을 받았고, 지난 1분기에도 4577억원을 수령했다. 지금도 판매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IRA 혜택이 사라지면 전기차 전방 수요 증가세가 추가로 꺾일 수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누적 20만대 이상을 판매했으므로 사실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올해 말까지 유효한 것"이라며 "보조금 폐지로 실구매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내년에도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