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듬해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음모론을 불쑥 들고나왔다. 북한이 간첩을 보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와서는 끝부분이 배춧잎처럼 녹색으로 물든 투표용지가 나왔었다는 등 극소수 음모론자들의 궤변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黃은 대표 물러난 뒤 음모론
급기야 황 전 대표는 선거 때마다 다 부정이고 조작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당 대표 경선, 2024년 총선, 지난해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부정선거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런 황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한 몸이라는 식의 주장을 한 인물이 장동혁 대표다. 장 대표는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지지한 혐의로 황 전 대표가 내란 특검에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고 외쳤다. 당내에서 부정선거당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 대표 역시 황 전 대표처럼 자신이 당의 수장으로 치른 선거에서 참패했다. 황 전 대표만 해도 패배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장 대표는 선거 패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국 재선거 실시를 강변하며 이를 대표직 유지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전국에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급기야 장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장 대표는 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잠실 올림픽공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부정선거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검은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집회 현장에 나타난 9일 그는 부정선거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었다. 당내에서 음모론에 올라탄 것이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장 대표는 시민이 준 도화지였다며 용어가 뭐가 중요하냐고 했다.張은 대표직 버티며 음모론장 대표의 속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그는 12일 소셜미디어에 “누구라도 부정선거라 외칠 자유가 있다”고 올렸다. 다음 날엔 부정선거 주장이 담긴 글을 직접 써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9일엔 일부 선거구에서 후보자들의 동별 득표수가 똑같다는 음모론도 제기했는데, 그날 오전 윤 어게인을 내세운 유튜버 고성국 씨가 했던 주장과 다를 바 없었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부정선거론을 대놓고 주장하는 사람은 장 대표와 측근 등 극소수다. 황 전 대표의 음모론이 국민의힘에서 외면당했듯 장 대표 역시 같은 길로 가고 있는 듯하다. 황 전 대표에게 따라붙는 극단적 음모론자의 꼬리표가 이미 장 대표에게도 붙었다. 그나마 황 전 대표는 대표직을 그만둔 뒤 음모론에 빠졌는데, 장 대표는 대표직에서 버티며 음모론을 추종하고 있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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