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최근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자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면서 비은행 금융권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여전한데다, 비은행 금융기관끼리 서로 돈을 빌리고 투자하는 규모도 크게 늘면서 한 곳의 충격이 다른 업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증권회사가 이 같은 리스크가 확산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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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주식 쏠림에 커지는 비은행 유동성 부담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한 올해 2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수신은 7조 7000억원 감소한 반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12조 7000억원 늘었다. 최근 주가 상승과 낮은 예금금리가 맞물리면서 예금보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 같은 자금 이동이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보험회사도 시장금리 상승 시 저축성보험 해약이 늘거나, 퇴직연금 운용에서 보험상품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증권회사의 단기 조달 확대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여전채 발행액 중 만기 2년 이하 비중은 2025년 3분기 말 20.9%에서 올해 1분기 말 53.9%로 크게 확대됐다. 짧게 돈을 빌리는 비중이 늘어난 만큼,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투자심리가 나빠질 경우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회사도 단기시장성 차입이 늘었다. 2025년 하반기 대형 증권회사의 단기시장성 차입 규모는 260조 6000억원으로 전체 차입부채의 59.0%를 차지했다. 한은은 증권회사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을 중심으로 단기 차입을 늘리는 가운데, 기업금융과 운용자산 확대가 맞물리면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가 심해질 수 있다고 봤다.
부동산 PF 리스크도 아직 남아 있다. 비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은 PF 부실 관리 강화로 일부 개선됐지만, 상호금융은 PF 연체율이 2025년 말 24.0%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부실 PF 익스포저 비중도 2024년 9월 21.7%에서 2025년 말 25.3%로 높아졌다.
저축은행의 경우 PF 부실채권을 정상화펀드에 넘겼지만, 이 과정에서 펀드에 다시 자금을 출자하면서 수익증권 규모가 2023년 말 3조 7000억원에서 2025년 말 7조 1000억원으로 약 두 배 늘었다. 한은은 “부실이 완전히 해소됐다기보다 정리 방식에 따라 일부 리스크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비은행 연결성 확대…증권사가 연결고리
비은행권의 수익 기반이 약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가계부채 관리 영향으로 대출자산 성장이 제약되고, 카드회사는 결제서비스와 대출성 자산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험회사도 IFRS17 도입과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비은행권 간 연결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은행 간 상호거래 증가율은 2009년 이후 연평균 11.0%로, 은행 간 상호거래 증가율(4.0%)을 크게 웃돌았다. 지분증권, RP,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상품을 중심으로 업권 간 돈의 흐름이 복잡해지면서 한 업권의 유동성 충격이 다른 업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전체 대응 여력은 아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업권에서 확보 가능한 자금이 예상 유출액을 웃돌았다. 다만 증권회사는 업권 간 연결성에 따른 2차 유출액이 1차 유출액보다 커, 상호연계에 따른 유동성 압박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은은 “증권회사의 전이배수가 다른 업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융시스템 내 핵심 리스크 전이 경로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은행권의 잠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업권별 취약 요인뿐 아니라 업권 간 자금 흐름과 시장성 상품을 통한 상호거래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 정리와 가용자금 확보, 비상자금조달계획 보완 등을 통해 유동성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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