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또 신고가에 팔렸대요'…계좌 안 주는 집주인들 [李정부 부동산 향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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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역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주택 공급 절벽과 금리 인하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경닷컴은 상하편에 걸쳐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부동산 시장 상황과 향후 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해본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9개월 만에 주간 기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값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이 다가오는 데다 금리 인하 기조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 9개월 만 최고폭 상승…'토허제' 무색한 강남 3구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6% 오르며 19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재지정하며 0.08%까지 줄었던 상승 폭이 매주 △0.10% △0.13% △0.16% △0.19% △0.26%로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직전인 3월 셋째 주(0.25%) 수준도 뛰어넘으면서 "규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자치구별로 살펴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 3구와 용산구가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하고 있다. 송파구는 0.71% 오르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당시 수준을 회복했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0.51%, 0.45%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산구 상승도 0.43%로 서울 평균 상승률을 크게 뛰어넘었다.

서울 전역으로 집값 상승세 확산

단기간 집값이 치솟으면서 대장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56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동일 평형 직전 거래인 2월 47억9000만원에 비해 8억6000만원 오른 액수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59㎡도 지난달 25억원에 팔려 최고가를 썼다. 올해 초 동일 평형 거래가 20억원에 이뤄졌는데, 반년 만에 5억원 오른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로는 마포구와 성동구 등으로 수요가 옮겨가며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성동구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2차' 전용 84㎡는 지난달 20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달 '서울숲푸르지오1차' 전용 84㎡도 20억95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한 달 만에 1억6500만원 오른 액수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도 지난달 19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미 성동구와 마포구 주요 아파트들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성동구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2차 전용면적 84㎡(6층)는 지난달 24일 20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숲푸르지오1차 전용 84㎡(16층)도 같은 달 19일 20억9500만원에 중개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이는 한 달 전 거래 대비 1억6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마포구 대장주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12층) 매매가도 지난달 19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가격 상승과 동시에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신고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총 6287건이다. 4월 거래량(5409건)을 이미 돌파했는데,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최종 거래량은 7000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줄었던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거래량도 강남구가 4월 109건에서 5월 209건으로 늘어나는 등 이미 전월 수준을 웃돌고 있다.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자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3일 기준 7만9408건을 기록하며 7만건대로 줄었다. 석 달 전인 지난 3월 13일 9만2113건에 비해 13.8% 급감한 수치다. 금호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매수자가 나타나 연락하면 호가보다 1억원 더 달라며 계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집주인 매물 잠그고 공급 절벽까지…"집값 상승세 수도권으로 확산"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는 서울 외곽과 인근 수도권으로도 번지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전국 아파트값이 0.31% 내린 가운데 서울은 2.29%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지난주 △노원 0.07% △도봉 0.02% △강북 0.06% 등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성남시 분당구는 0.39% 오르며 90주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고 '준강남' 과천시도 2주 연속 0.35% 올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은 분당과 과천을 거쳐 그 배후지로 꼽히는 용인시 수지구와 안양시 동안구(평촌)까지 번졌다. 지난주 용인시 수지구 집값은 0.24%, 안양시 동안구는 0.14%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값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이 다가온다는 점과 금리 인하 기조가 꼽힌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7358가구로 집계됐다. 전년 1만149가구 대비 28% 줄었고, 2021년 2960가구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다. 입주 예정 물량을 보더라도 올해 4만6710가구에서 내년에는 2만4462가구로 47.6% 급감할 전망이다.

경기 과천시와 안양시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경기 과천시와 안양시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공급도 부족하고 매물도 없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그 수요를 채울 수 없으니 집값이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수자들이 당초 계획보다 외곽에 집을 매수하게 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하반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더라도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 기대 속 서울 핵심지의 경우 과열 양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살 수 있을 때 미리 사자'는 수요가 몰린 것"이라며 "하반기 대출 한도가 줄면서 거래량은 줄겠지만, 정비사업 등의 호재를 안은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번져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도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에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대출액이 약 5000만원 줄어든다"며 "집값 상승세가 거세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자체로 시장을 안정시킬만한 액수는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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