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안성기 “영화는 꿈이자 행복”…60년이 담긴 필름, 그의 대표작을 되짚다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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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그 자체’, ‘한국 영화의 페르소나’, ‘한국인을 연기한 배우’라는 평을 받는 영화배우 안성기. 영화라는 매체를 사랑하며 일생을 바쳐 한 장르의 전설이 된 무비스타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69년의 경력 동안 170여 개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하며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그의 출연작 중에서도, 한국 영화 흐름의 변곡점에 선 작품을 소개한다.

배우 안성기(사진 매일경제 김재훈 기자, 매경DB)

배우 안성기(사진 매일경제 김재훈 기자, 매경DB)

배우 안성기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후 1960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를 시작했다. ‘바람 불어 좋은날’(1980)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인 배우로 거듭난 그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킬리만자로’(2000), ‘한반도’(2006), ‘부러진 화살’(2012), ‘신의 한 수’(2014), ‘사냥’(2016), ‘종이꽃’(2020) 등의 대표작을 포함해 170여 작품(아역 시절 출연작 70여 편+성인 출연작 100여 편)에 출연하며 언제나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왕과 내시 역, 기자와 노숙자 역, 스님과 신부 역할 등을 넘나들며 시대 속 다양한 인물을 그려낸 그는 ‘전무후무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국민 배우다.

하얀전쟁(1992)

영화 ‘하얀전쟁’ 블루레이(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하얀전쟁’ 블루레이(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외대 베트남어과를 전공한 배우 안성기는 오래 전부터 베트남에 가 보거나, 베트남전 관련 영화를 찍고 싶다는 염원이 있었다고 한다. 평소 베트남 관련 소설 및 각종 서적을 섭렵했던 그가 어느날 안정효 작가의 소설 『전쟁과 도시』를 읽고, 정지영 감독에게 영화화 제안과 출연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하얀전쟁’에서 안성기는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이자, 전역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베트남전 소설을 연재하며 살아가는 한기주를 연기한다. 영화 ‘하얀전쟁’은 베트남전 참전을 성찰적으로 다루며, 도쿄 국제 영화제 그랑프리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안성기는 제38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투캅스(1993)

‘투캅스’ 스틸컷(사진 매경DB)

‘투캅스’ 스틸컷(사진 매경DB)

비리 형사 조윤수(안성기)는 어느날 엘리트 신입 강민호 형사(박중훈)와 파트너를 이루게 된다. 도박은 물론 여기저기 보호비를 받는 조형사가 못마땅한 강형사는 그의 비리 행동을 막으려 하지만, 강형사는 오히려 조형사의 계략(?)에 빠진다. ‘원칙대로’였던 강형사가 점점 변해가던 중, 두 사람은 갑작스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한국에서 원조 형사 코미디 영화로 손꼽히는 ‘투캅스’는 영화 ‘칠수와 만수’(1988) 이후 ‘안성기·박중훈 콤비’라는 흥행 보증수표를 알리게 된 작품이다. 당시 한국 공직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소재로, 경찰로서의 사명감과 우정을 코믹하게 다룬 이 영화에서는 안성기와 박중훈의 연기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킬리만자로(2000)

영화 ‘킬리만자로’ 안성기와 박신양(사진 매경DB)

영화 ‘킬리만자로’ 안성기와 박신양(사진 매경DB)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온 해철(박신양)의 자살사건으로, 그의 쌍둥이 형이자 형사인 해식(박신양)은 승진을 코앞에 두고 정직 처분을 받는다. 동생의 유골을 들고 고향 주문진으로 향하던 해식은 그곳에서 자신을 해철로 오인한 종두(김승철) 패거리에게서 구타를 당하며, 원치 않게 그들 사이의 이권 다툼에 휘말린다. 해식은 자신을 해철로 알고 구하러 온 한물간 깡패 번개(안성기) 패거리와 어울리기 시작한다. 사실 해철, 번개, 종두는 한솥밥 먹던 사이였지만, 한 사건을 계기로 틀어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해철과 종두는 4년이란 징역을 받게 되었던 것. 해식은 해철의 흔적을 쫓으며 어느덧 해철로서 번개 패밀리에게 정을 느끼게 되고, 점점 동생의 과거와 그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다.

‘킬리만자로’ 포스터

‘킬리만자로’ 포스터

한 영화 유튜브에 출연했던 안성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로 ‘킬리만자로’를 꼽았을 정도로 애정을 보이는 작품이다.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한국 영화 시장에서 ‘앞서간 느와르 장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인간 군상의 어두운 면과, 우울감 넘치는 전개,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진 수작 중 하나로 꼽힌다.

실미도(2003)

영화 ‘실미도’ 속 안성기(사진 매경DB)

영화 ‘실미도’ 속 안성기(사진 매경DB)

1968년 대한민국 서부 외딴 섬 실미도에 영문도 모른 채 강제 차출된 31명의 인물들. 그들 앞에, 의문의 군인 최재현(안성기) 준위가 나타난다. 사회에서 외면받았던 인찬(설경구)과 상필(정재영), 근재(강신일) 등의 31명은 계급도 소속도 없는 훈련병이 되어 지옥 같은 훈련을 견딘다. 오로지 ‘조국의 부름’이라는 목표 아래 뭉친 이들은 인간병기가 되어가고, 기간병들은 그들의 감시와 훈련을 맡게 된다. 어느날 부대의 훈련이 종료되고, 최 준위는 상부에서 믿을 수 없는 명령을 받게 된다.

‘실미도’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로, 이후 천만 명의 관람객 수가 상업적 흥행의 판가름 기준점이 되었다. 특히 극중에서 냉정하지만 부하들을 죽일 수 없었던 군인 최 준위(안성기)와 잔혹한 선택 앞에 선 인찬(설경구)의 대치 장면 속 “비겁한 변명입니다” “날 쏘고 가라”는 잊을 수 없는 명대사로 기억된다.

라디오 스타(2006)

영화 ‘라디오 스타’ 스틸컷(사진 (주)시네마 서비스)

영화 ‘라디오 스타’ 스틸컷(사진 (주)시네마 서비스)

한물 간 스타 최곤(박중훈)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시들어진 인기에도 매일 같이 사고를 치는 최곤을 수습하느라 박민수는 매일같이 바쁘게 뛰어다닌다. 지인의 도움으로 지방 라디오DJ를 맡게 되지만 최곤은 건성 없이 라디오를 진행하기 일쑤다. 어느날 커피 배달 온 다방 직원 김양을 즉석 게스트로 출연시켜 그녀의 사연이 전해지자, 청취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게 된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며 최곤 본인도 열의를 갖고 일하던 중 대형 기획사에서 제안을 받게 되고, 민수는 자신이 최곤의 연예인 생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에 상처받아 그의 곁을 떠난다.

박중훈과 함께한 4번째 작품 ‘라디오 스타’는 안성기 최고의 필모이자 영화 팬들에게 ‘안성기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비오는 날 우산 없이 서 있는 최곤 앞에 다가가 우산을 씌어주는 민수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라디오 스타’를 통해 안성기는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배우로서 전성기를 보여준다.

And…스크린 스타이자,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안성기 
안성기의 영화 대표작을 꼽으려면 한 손으로도 모자라지만, 광고 모델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안성기는 1983년부터 2021년까지 38년 동안 동서식품 커피 브랜드 맥심(Maxim)의 모델로 활동한 국내 단일 브랜드 최장수 모델이다. ‘좋은 커피 한 잔을 통해 전하는 일상 속 행복’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따뜻하면서도 친근한 국민배우 안성기의 미소가 합쳐져 오랜 시간 브랜드 호감도를 높여 왔다. 안성기가 오랜 시간 함께한 맥심 광고 영상 또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 [사진 매경DB, 각 영화 제작사 및 스틸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4호(26.01.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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