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동대문 극장에서 108명 참여
내소사 진각스님·낙산사 선일스님 토크콘서트
“마음에도 브레이크가 필요...세속적 판단 멈추세요
욕심 부리는건 잘못 아냐...집착이 문제“
도심 한복판 영화관이 고요한 수행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CGV 10층 로비는 회색 법복을 입은 스님들과 관객 100여명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최신 개봉작을 보기보다, 특별한 템플스테이 ‘고요극장’을 처음 체험하기 위해 모였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일화스님)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전국 각지 사찰의 템플스테이에 꾸준히 참가한 다회참가자 108명이 초대됐다. 이들 중에는 무려 150회가 넘는 체험 기록을 가진 이도 있었다.
부안 내소사 진각스님과 양양 낙산사 선일스님이 무대에 올라 차담과 명상, 토크콘서트로 관객과 즉문즉설을 나눴다.
첫 순서인 ‘음식명상’에는 진각스님이 내소사의 유명한 뽕잎차와 다식을 함께 즐기며 시작됐다.
진각스님은 “명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명상 주제”라며 “그것에 대한 알아차림과 집중, 관찰이 중요하다”고 운을 떼었다. 스님은 차를 마시고 다식을 먹는 모든 과정의 느낌을 음미하며 추적할 것을 권했다. 이 음식은 어디로 가는지, 나는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음식을 천천히 삼키며 목으로 넘겼다. 스님이 말을 이었다.
“오른손을 내밀어 내가 지금 씹고 있는 것을 뱉는다고 상상해보세요. 그것을 또 내 눈으로 본다고 상상하고 그것을 먹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과연 나는 이것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을까요. ‘너무 더럽다’ ‘이상해요’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좀 전까지 내 입에서 잘 있던 것을 보기만 했는데 왜 이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일어날까요.”
스님은 “대상은 그대로인데, 인식이 바뀌면 감정이 달라진다”며 “음식뿐 아니라 삶의 모든 감정과 갈등 역시 외부가 아닌 ‘나의 마음’에서 비롯됨을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크콘서트에서는 사전에 받은 참가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죽음에 관한 질문에 선일 스님은 “죽음을 ‘끝’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이제 가을 단풍을 기다리고 있고, 또 때가 되면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겠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누구도 ‘가을이 오면 안 돼’ 이렇게 하지는 않잖아요. 태어나면 결국은 생로병사를 겪어야 합니다.”
진각스님 역시 “스님은 자주 이동을 한다”며 “그럴 때마다 저는 방을 잘 정리하고 가려고 한다”고 덧붙여다.
“정리를 잘해서 마지막에 사진을 찰칵 찍고 가요. 여기서도 잘 살다 간다는 의미로. 그때 저는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또 무엇을 버릴까를 고민해요. 여러분도 이생에 무엇을 남길까, 또 다음 생에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해 보세요.”
연인 부모의 반대로 상처를 입은 참가자의 사연도 전해졌다.
선일스님은 “극장에 버리고 간 쓰레기를 선물처럼 가지고 가서 꺼내 보지 않듯, 지나간 상처는 끝난 것”이라며 “인연은 억지로 잡거나 밀어낼 수 없는 법, 상처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한 일상에서 화를 자주 느낀다는 참가자에게는 “마음에도 브레이크를 거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분노가 일어나면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진각 스님도 “출가 후 행자시절, 절하고 설거지만 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졌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세속적인 판단을 멈추고 단순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욕심을 내려놨더니 무기력에 빠진다는 분도 있어요. 그러면 안 돼요. 내려놔야 할 것은 욕심이 아니고 거기에 대한 집착이에요. 분노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분노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거야. 집착하니까 계속 머무는 것이고 그러니까 괴로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토크콘서트에 관람객들은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원구에서 온 최 씨는 “오늘 오전부터 많이 좀 불안한 상태였다”며 “여기서 이야기를 듣고 소리 명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좀 이제 안정감이 드는 자신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성수동에서 온 신 씨는 “멀리 산사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도심에서 한두시간 명상하고 삶을 되돌아볼 수 있어 너무 편리하고 유익했다”며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오는 10월 25일(토)과 11월 1일(토)에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2·3회차가 CGV 동대문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예매는 CGV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