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수사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이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및 유착 의혹과 관련해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을 긴급체포해 수사를 이어가는 사이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며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모양새다. 다만 피의자 신병을 이미 확보한 경찰도 이날 구속영장까지 신청하면서 사건을 쉽게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일 오전 홍장득 경찰청 수사팀장과 중대범죄수사과 수사관 등이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에 합류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 등을 받는 광주광산서 수사팀장을 전날 긴급체포하고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 사이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광주지검은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형사과 담당팀 관계자 등 다수 경찰관을 공무상비밀누설,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먼저 수사하던 사건이라도 현직 경찰관의 범죄 혐의가 불거질 경우 검찰이 별도로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무에서는 먼저 영장을 집행한 기관이 수사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선 검찰이 경찰관들의 증거인멸 및 수사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먼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장윤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시점상으로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시점이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장을 먼저 신청한 기관이 사건을 맡는다는 원칙이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아닌 만큼 검경 수사 주도권 쟁탈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은 먼저 영장을 집행한 기관이 계속 수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에 규정된 사항은 아니”라며 “협의를 통해 사건을 조정하거나 서로 다른 혐의를 나눠 수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사건 이송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경찰은 수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경찰은 언론 공지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폭넓은 수사를 진행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송 요청한다고 사건을 모두 넘기는 건 아니"라며 "아직 이송 요청은 없었고 경찰은 경찰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해 신병도 확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과 맞물려 검경 수사체계 개편 논의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론과 불만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경찰관이 “광주 사건을 보니 검사가 모든 지휘권을 갖는 게 맞다”며 “경감급도 저러는데 총경급은 얼마나 더 심하겠느냐”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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