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은 공개됐고, 경쟁은 이제부터다: 아이템은 운에 맡겨도, 컴플라이언스는 운에 맡길 수 없다 [BKL 게임&비즈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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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은 공개됐고, 경쟁은 이제부터다: 아이템은 운에 맡겨도, 컴플라이언스는 운에 맡길 수 없다 [BKL 게임&비즈리포트]

박주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입력 : 2026.07.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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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고도로 복잡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로 진화했다. 과거 패키지 판매 중심의 단순한 오락거리였던 게임은, 이제 수십만 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하여 상호작용하고 지속적으로 가상 재화가 유통되는 거대한 플랫폼이자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산업의 덩치가 커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게임 이용자의 권리 의식 또한 크게 성숙했다. 특히 현대 게임의 주된 수익원인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하여,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게임산업을 둘러싼 법률 환경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의 규제가 등급 분류 등 단편적인 것들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이용자 보호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게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향한 직접적이고 다각적인 법적 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와 다각적 법적 제재의 본격화

가장 대표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는 단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다. 지난 2024년 3월 본격 시행된 개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은 게임물 제작·배급업자 등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그 공급 확률 정보 등을 이용자가 알기 쉽게 표시하도록 법적 의무로 규정했다. 이는 게임 내 재화 획득에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고, 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소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입법 조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현장의 규제 파급력은 단일 법령의 준수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게임산업법상의 표시의무 위반 이슈는 곧바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등과도 연계되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상당한 규모의 과징금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행정 당국의 감독 체계 역시 한층 강화되고 있다.

행정 규제와 민사 분쟁의 연쇄 작용, 그리고 합리적 잣대의 필요성

이러한 행정 제재의 강화는 필연적으로 이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등 대규모 민사 분쟁으로 이어지는 리스크의 연쇄 작용을 낳고 있다. 그러나 분쟁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손해액을 산정하는 사법적 절차 내에서는, 현상에 매몰되지 않는 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법리적 접근이 강하게 요구된다.

게임 내 콘텐츠 소비는 본질적으로 이용자의 자발적인 유희 목적 등 복합적인 선택이 얽혀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한 특정 확률 정보의 오기재나 운영상의 과실을 평가할 때, 이를 전체 게임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 기망’으로 일률적으로 치부하거나 이용자의 전체 지출액을 곧바로 손해액으로 직결시키는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 보호의 가치는 타협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다만, 규제 당국과 사법부의 과도하게 엄격한 법 적용은 자칫 게임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혁신적인 게임성 시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규제의 역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이 소송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안전제일주의로 대응하게 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생태계 다양성을 해치고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의 혁신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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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 공략의 열쇠: ‘컴플라이언스 내재화’를 통한 글로벌 스탠더드 선점

결국 현시점에서 우리 게임산업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명확하다. 고도화된 투명성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사법적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통제하여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게임업계는 외부의 제재나 소송에 떠밀려 사후적으로 대응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게임 기획과 개발의 첫 삽을 뜨는 순간부터 서비스 운영, 마케팅 전 과정에 걸쳐 이용자 보호와 법률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점검하는 ‘컴플라이언스의 내재화’를 이루어 내야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제적인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이 단순히 국내 규제 기관의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수비적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는 대형 게임사들의 최종 목적지인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선제적 투자라고 평가될 필요가 있다. 한국 게임사들의 주요 진출 타깃인 북미와 유럽(EU) 시장 역시 확률형 아이템(Loot Box)의 인게임 결제에 대한 자국 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글로벌 소비자 보호법과 엄격한 사법 제도가 적용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원 빌드(Global One Build)’ 전략을 채택하는 단계에서부터 고도의 법적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의 엄격한 규제 환경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축적한 투명한 비즈니스 모델과 촘촘한 사전적 법률 검토 시스템은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이며, 까다로운 국내 이용자와 규제 기관의 기준을 충족시킨 컴플라이언스 체계는 곧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하는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맺음말: 성숙한 법률적 안전망과 새로운 퀀텀 점프

게임산업은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의 산물이다. 사업적 아이디어가 객관적인 법적 검토를 거쳐 투명하고 건전한 비즈니스 모델로 정제될 때, 비로소 이용자의 온전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글로벌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 게임산업의 막대한 경제적 규모에 걸맞은 성숙하고 정교한 법률적 안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계는 선제적인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를 내재화하여 내실과 도덕성을 다지고, 당국은 이들이 건강한 생태계 속에서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기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용자의 권익 보호와 산업의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이뤄내기를 깊이 기대한다.

[BKL 게임&비즈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 게임&비즈팀 구성원들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 등급분류 등 주요 규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박주성 변호사(변호사시험 5회)는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정보보호,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 분야의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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